조선의 경복궁, 일제강점기의 근대 가옥, 근현대의 다양한 빌딩들이 한 공간에 공존하고 있는 통의동. 긴 시간의 모습이 쌓인 이 동네는 서울의 다른 동네와는 분명 다른 경관을 가진다. 이처럼 다양한 건물들이 복잡하게 얽힌 모습을 보며 든 감상은 “굉장히 답답하군”이었다. 대지 답사를 다니며 높은 밀도의 건물들 사이로의 거미줄 같은 골목들과 막다른 길은 동네에 갑갑함을 더했다. 이러한 조건 속의 새로운 건물은 어떤 역할과 모습을 가져야 할까? 기존의 답답한 동네에 또 다른 무거운 매스를 얹는 것은 분명 옳지 못하다. 이에 대한 결론은 “빈틈있는 건물을 짓자!”이었다. 통의동의 밀도 높은 환경 속에서, 숨 쉴 수 있는 공간, 통하는 공간, 빛이 스며드는 틈,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동하거나 머무를 수 있는 여백을 가진 건축물이 필요하다. 이러한 '빈틈'의 개념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사진이라는 매체에 주목하게 되었다. 사진이 순간의 모습을 포착하여 영구히 보존하듯, 통의동 역시 각 시대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사진의 본질이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처럼, 이 지역 또한 시간의 층위를 진실되게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곳에 사진 전시관을 만든다면, 물리적 빈틈을 통해 건축적 숨통을 트이게 하는 동시에,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간적 빈틈도 메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지분석 통의동에 위치한 대지의 서쪽으로는 왕복 6차선의 대로변과 맞닿아 있다. 반면, 동쪽으로는 오밀조밀 모인 주택들 사이로 좁은 골목길들이 형성되어 있다. 이 골목길들은 대부분 다른 주택들에 막혀 막다른 길로 끝난다. 대지의 북쪽으로는 주차장 겸 도로가 맞닿아 있는데, 현재 우리 대지에 막혀 통행 단절되었다. 이러한 구조는 통행이 활발한 쪽과 그렇지 못한 쪽의 소통을 만들어낼 필요성을 보여준다. 더불어 통의동 전체를 살펴보면 녹지공간(공원)이 현저히 부족하다. 대지 분석을 위해 통의동을 방문했을 때 발견한 ‘통의동 마을 마당’은 이러한 상황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은 공원에는 약속 장소로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 서촌 관광 정보를 검색하는 사람,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이처럼 협소한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현상은 통의동에 휴식과 소통을 위한 ‘빈틈’의 공간이 절실하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전략 1. 지상층: 수평적 틈 막다른 길과 녹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지상층을 최대한 개방적인 공간으로 구성했다. 대지를 사방으로 가로지르는 샛길을 만들어 자연스러운 흐름의 틈을 구성했다. 또한 전시 로비 공간에는 통창을 설치해 건물의 남쪽을 지나가는 골목길과 샛길의 보행자들도 전시의 일부를 관람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2. 건물 내부: 수직적 틈 저층부의 밝고 투명한 공간감을 2-3층에서도 경험할 수 있도록 두 개의 수직적 틈을 구성했다. 이를 통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태양의 위치, 구름의 밀도 등 자연의 다양한 변화를 내부로 들인다. 또한 여러 층의 통창을 통해 서로 다른 위치에서 시선을 공유하는 재미도 고려했다. 3. 사진에 적합한 전시공간: 아트리움 사진은 복제가 가능한 매체 특성을 가지고 있어 직사광선에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을 활용하여 전시공간 중앙에 수직적 틈을 배치했다. 현대 사진 작품은 기술 발전에 따라 기존 인쇄 규격에서 벗어나서 대형화, 프로젝션, 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다채로운 전시를 수용하기 위해 높은 천장고를 갖춘 공간을 설계했다. 4. 동선과 시선: 전시공간과 레지던시의 효율적 분리 외부인과 거주인의 동선을 코어 단계에서부터 분리하여 프라이버시를 확보했다. 그러나 같은 건물의 사용자들 사이에서 소통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래서 2층 아트리움과 식당, 3층 테라스 공간, 4층 레지던시와 중앙 정원 사이에 적절한 교류가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이때 레지던시를 상부에 배치해 자연스럽게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5. 기타 추가 프로그램인 카페를 지상층이 아닌 3층에 배치했다. 이는 카페를 방문하는 외부인들도 전시공간을 자연스럽게 지나 올라오며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배치한 것이다. 또한 사이트 북쪽에 남아있는 공터를 공원화하는 것을 제안한다. 녹지 공간이 부족한 통의동에 지상층의 수평적 틈과 함께 도심 속 공원으로서 쉼의 공간으로 작용하는 것을 기대한다.
매스 프로세스 1. 기초 매스 가장 퍼블릭한 로비를 대로변에, 가장 프라이빗한 레지던시를 대지 우상단에 배치했다. 대지를 관통하는 틈을 만들었고, 골목길과 전시 공간과의 교류가 일어날 수 있도록 남쪽에 배치했다. 2. 매스를 이용한 연결 네 가지 요소가 분절되어 있는 것을 해소하기 위해 매스를 상하좌우로 늘려 연결시켰다. 3. 크기 조절, 주변과의 조화 각 요소의 필요 면적에 따라 매스 크기를 조절했다. 더불어 주변 건물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매스를 변형했다. 먼저 대로변에 있는 옆 건물들의 입면 선들에 맞추어서 로비 입면을 대각선으로 맞추었다. 골목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건물에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나갈 수 있도록 2층 매스를 남쪽으로 내밀었다. 마지막으로 지상층에만 존재하던 수평적 틈을 상부층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3층 매스를 회전시켰다. 4. 디테일 추가 로비 쪽 매스에도 수직 적 틈을 추가했다. 3층에 위치한 카페에서 바로 지상층으로 향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매스형태로 구성했다.
도면 (평면,배치 / 입면 /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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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 건축학부 노준서 202487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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