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을 이어주는 건축은 무엇일까?” 이번 활동에서 배봉산 숲속 도서관을 이해하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었다.
표고 110m인 배봉산은 동대문구의 유일한 산이다. 배봉산 근린공원은 주변에 15개의 초・중・고등학교와 주거단지로 둘러싸여 있어 동대문구 주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2018년 무장애숲길(4.5km)이 완성되면서, 노약자 및 다양한 세대의 주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이런 취지를 이어받아 숲속도서관이 기획됐다.
도로와 가까이 위치했지만, 이 도서관은 자연 그 자체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기존 수목을 보존하며 설계되었다. 건축사사무소 리옹의 이소진 소장님은 처음 제공된 부지가 아닌, 새로운 부지를 제안했고 이 제안이 채택되어 설계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이전에는 배봉산 입구에 작고 낡은 관리사무소가 있었는데, 소장님은 이 건물이 사람들의 경험의 흐름을 방해한다고 판단하시고, 그 자리에 도서관을 짓자고 제안하셨다.
그 결과, 이 건축물은 산책로의 연장선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사람의 동선을 존중하는 건축을 느끼게 해주었다.
도서관의 지붕도 매우 인상 깊었다. 목구조로 엇갈리게 설계된 지붕 덕분에 자연광이 잘 들어왔고, 덕분에 인공조명의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자신의 의도대로 설계를 하고 이에 따라 사람들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하는 것까지 건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모습에서 사람과 자연을 생각하는 건축을 한다고 느꼈고 나도 이런 태도를 가지고 건축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봉산 숲속 도서관의 캐드 프린팅 도면을 받아 1:100 스케일로 직접 그려보는 활동을 하며, 처음엔 단순해 보였던 건축물이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눈으로만 보았을 때는 알 수 없었던 수많은 구조적 요소들이 존재했고, 그 차이를 느끼는 과정 자체가 새로웠다. 특히 벽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시간이었다. 도서관의 벽은 안쪽부터 콘크리트, 단열재, 벽돌로 구성되어 있었다. 처음 답사를 갔을 때는 목재와 벽돌로 이루어진 건축물로 보였지만, 도면을 통해 벽돌은 단지 마감재로 사용된 치장벽돌이며 실제 구조는 R.C(철근콘크리트) 구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창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유리판이라고 생각했던 창문은 실제로는 창틀, 유리틀, 경첩, 틈새 등 여러 요소로 구성된 복합적인 구조물이었다. 이처럼 복잡한 구조에 대한 이해는 1:1 도면 그리기 활동을 통해 더욱 깊어졌다. 이 활동은 동기들과 협업하여 스케일바와 다양한 두께의 테이프, 칼, 자, 연필 등을 사용해 실제 크기의 열람실3 공간을 구현해보는 것이었고, 마치 공사를 직접 하는 듯한 경험이었다.
나무의 위치 역시 흥미로웠다. 건축물과 가장 가까운 나무가 불과 50c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처럼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며 설계된 요소들이, 공간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배봉산 숲속 도서관을 이해하고 직접 도면을 그려보는 과정과 건축가님과의 만남을 통해, 건축이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사람과 자연을 연결하는 세심한 배려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앞으로 나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생각하고,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건축을 실천하는 건축가로 성장하고 싶다.
출처
SPACE, 한상욱&이소진, 일상의 배경이 되는 건축: 배봉산근린공원숲속도서관
https://vmspace.com/project/project_view.html?base_seq=MjQ3N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