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인으로서의 첫걸음 처음 이 과제를 받고 나는 아무런 도면의 숙지 없이 그 공간 자체를 느끼려 배봉산 숲 도서관을 찾아갔다. 지도 하나에 의지해 배봉산을 올랐고 끝내 발이 멈춘 곳은 바로 그 도서관이였다. 나의 상상 속 숲도서관은 낡고 허름한 공간에 놓여진 책들과 그 안에서 어우러지는 사람들의 조화의 공간이였다. 하지만 배봉산 도서관은 그러한 나의 한낱의 상상을 깨부셨다. 외관은 전반적으로 세련되었고 넓은 창 사이로 얼핏 보이는 내부의 공간은 들어가서 책을 읽고 싶은 욕구가 생기도록 만들었다. 발걸음에 이끌려 도서관 내부로 들어갔고 목구조로 되어있는 천장과 나무로된 여러가지 가구들이 숲에 들어온 것 같은 분위기를 형성했다. 다녀온 도서관을 상상하며 도면작도를 하기 시작했다. 도면의 뼈대인 축선을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벽선 등을 그렸다. 처음에는 벽의 두께를 연필로 그린다는 것이 수치를 맞추기도 선의 두께를 표현하는 것도 낯설었다. 몇번이고 수정했지만 더러워진 내 종이를 보며 불만족만 생길뿐이였다. 그래서 다시 시작했다. 처음부터 축선을 그리고 손의 힘의 일정함에 집중하며 그려나갔다. 이 도면 스케치 과제를 하며 중요성을 생각했을 때 단순히 주어진 도면을 똑같이 복사본처럼 그리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다. 이 과제에서 얻어갈 것은 도면이라는 것은 어떤 순서로 그려지고 선의 두께는 어떻게 표현할 것이며 도면을 보며 공간을 떠올릴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을 하였고 이를 중점으로 과제를 수행했다.
30:1 모형을 제작할 때는 도면을 보고 공간을 상상하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 도서관에 실제로 갔었던 경험은 최대한 배제하고 도면에 의지해서 모형을 만들었다. 모형을 만들다 보니 실제와 달라 고민했던 부분들은 전부 도면 숙지의 부족으로 인한 문제였다. 이러한 실패의 경험은 건축에서의 도면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체감시켜줄 수 있는 소중한 자양분으로 나에게 작용했다.
지금까지의 활동을 망라하여 1:1 도면 작도에 들어갔다. 넓은 공간에 축선을 잡고 벽선을 그리며 1:100 도면에서 잘 나타낼 수 없던 부분들도 세세하게 그려나갔다. 이러한 과정에서 교수님께서 해주시는 실제 시공에서의 세계를 들으며 먼 훗날의 나는 도면 하나를 보면서도 복합적인 사고과정을 해나가야겠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1:1 도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공간감이였다. 1:100 도면에서 상상했던 공간의 규모, 1:1 도면에서 느낄 수 있던 공간의 규모, 실제 갔을 때의 규모의 체감은 전부 다르게 다가왔고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나의 공간감의 부족으로 꼽았다. 이러한 나의 부족함은 일상생활에서 스케일을 생각하고 느끼며 살아가는 것으로 보완하고자 한다.
이번 활동들을 통해 내가 가장 크게 얻어가는 것은 공간과 도면의 이해이다. 단순히 2차원의 도면을 3차원으로 인식하고 그 3차원 공간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건축학과에서 지금까지의 과제가 예술적 창작에 관한 것이였다면 이번 과제는 처음으로 공간에 대해 고민해보게되는 과제였고 앞으로의 건축 학습에서의 가장 기본을 학습하게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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