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3을 처음 소개받을 때 ‘공간 읽기와 쓰기’라는 제목을 접하고, 활동하면서 그 의미를 천천히 곱씹어보았다. 과제 3은 먼저 캠퍼스 근처에 위치한 ‘배봉산 숲속 도서관’을 직접 방문하여 공간을 관찰해보고, 1:100 스케일로 손도면을 작도한 뒤, 설계실 단위의 공동 작업으로 1:30 스케일의 모형을 만들고, 마지막으로 과 전체의 협업으로 1:1 스케일의 거대한 도면을 작성하는 작업이었다.
도서관을 직접 방문하며 관찰한 결과, 배봉산 숲속 도서관은 일반적인 도서관이 추구하는 정적이고 엄숙한, 때로는 권위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고 개방적인 쉼터의 성격을 갖는 공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한 방향성 때문에 공간에 더 다양한 요소가 포함되었고, 결과적으로 상당히 풍성한 공간이 완성된 것이다.
본격적으로 ‘공간 쓰기’의 단계에 들어서서 도면을 작도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도서관이 갖는 공간적 특성을 더욱 엄밀하게 관찰할 수 있었고, 동시에 스케일의 개념을 몸에 익힐 수 있었다. 스케일 자를 활용하여 수치를 측정해보면서 도서관 벽면이나 창의 가로폭이 애매한 수치가 아니라 3800, 4500 등의 어느 정도 딱딱 떨어지는 값을 가진다는 것을 알고 내심 신기하기도 하면서, 실제로 공간의 크기에 대해 건축가들이 고민할 때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모형을 만드는 단계는 같은 과의 사람들과 처음으로 합을 맞추어 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이 어떤 것에 강하고 약한지를 고려하면서 적절한 역할 분배를 위해 다 같이 노력했다. 나는 모형을 만드는 당시 스케일의 개념이 아직 와닿지 않았던 때라서 30대 1에 맞는 적절한 수치를 계산하는 것에 자신이 없었으므로 수치에 맞게 우드락을 자르고 붙이는 역할을 담당했다. 한편 모형의 어떤 부분이 잘못 만들어졌을 때 시공 담당과 계산 담당의 의견이 서로 엇갈릴 때가 많았는데, 그때 서로의 책임을 따지지 않고 자신들의 실책부터 생각하는 분위기여서 충돌 없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현장을 면밀히 파악하여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내는 경험을 통해 관찰을 통한 현장 정보 습득이 매우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1대1 도면을 그릴 때에는 기존의 작은 도면에서는 살펴볼 수 없었던 건축물의 공학적 디테일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30대 1 스케일에서의 도면에서는 단열재나 벽돌 외장재가 간략하게 표현되어 있었으나, 1대1 도면에서 단열재와 벽돌, 창문의 구조 등을 하나하나 표현하면서 매우 자세한 도면을 그릴 수 있었다. 한편 건축물의 도면이 실제 건축물의 평면도를 작게 축소하여 보여주는 것에 목적을 둔다는 것에서 1대1 도면이 실제로 업계에서 사용하는 도면과 본질적인 차이를 가진다고 작업 중에 불현듯 깨닫고, 이 같은 특별한 도면을 통해 일반적인 도면이 갖는 한계(자재의 구체적인 디테일이 없음, 실제에 가까운 공간감을 느낄 수는 없음 등)를 극복해보는 경험이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매우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