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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도면을 그리고, 공동 모형을 제작하고, 1대1 도면까지 그리기 위한 그 방대한 여정의 첫걸음으로 먼저 배봉산 숲속도서관에 답사를 갔다. 처음 들어갔을 때 들었던 생각은 도서관이 맞나? 였다. 들어가자마자 오른쪽에는 카페가 보였고, 왼쪽 끝 벽면에는 TV가 보이는 등 내가 알고있던 도서관과는 다른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도서관 창문 밖으로 보이는 나무의 실루엣과 안으로 들어오는 나무 그림자가 내가 생각했던 도서관의 차가운 분위기와 대조되었다. 정적인 도서관과 달리 숲속도서관은 자연의 소리와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이었다. 답사에서는 설계도면과 모형제작을 위해 건물 내외부의 사진을 많이 찍었다. 또한 노트에 손으로 평면도를 어설프게나마 직접 그려보기도 했다. 자로 건물 치수를 대충 재어 노트에 표시하였다.
답사로 본 도서관보다 도면에서의 도서관은 조금 더 작아보였다. 처음에는 스케일자를 처음 써봐서 1/150 스케일을 1/100 스케일로 치환하는 부분에서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그려야할지 감이 잘 오지 않아서 기준선만 그려놓고 섣불리 시작을 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교수님이 막혔던 부분 몇 가지를 가르쳐주시니 그때부터 감을 잡았고, 도면 그리기에 박차를 가했다. 그럼에도 처음이라 그런지 그린걸 다시 지우는 등의 수정을 여러 번 했지만, 결국 우여곡절 끝에 완성하였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라는 속담이 공동 모형 진행 초반에 가장 먼저 떠올랐다. 사람이 많으니 고등학교 때 셋이서 만든 낙수장 모형 제작보다 오히려 더디게 진행되었다. 의견의 충돌도 있었고, 결국 의견을 수렴해서 벽면을 제작했는데 마감처리가 깔끔하지 못해서 다시 만들어야 했다. 내가 담당했던 역할은 지붕과 기둥 제작이었는데, 벽면제작이 전부 끝난 이후에 지붕을 올리려고 했지만 벽면제작이 길이나 높이 등 치수의 사소한 오차들에 의해 완성이 쉬이 되지 않아서 지붕과 기둥도 벽면과 병행하여 제작하게 되었다. 서툴렀던 처음과는 다르게 시간이 지날수록 팀원 간의 합도 잘 맞아갔고 개개인의 제작 능력 또한 올랐다. 각자 설계도면을 그려야했음에도 모형 제작에 열심히 참여해준 팀원들이 너무 고마웠다. 모형이 완성되어갈수록 직접 보았던 도서관과 비슷해져가는 모습을 보니 마치 내가 작아져서 모형 안에 들어갈 수 있을것만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1대1로 도면을 그리는 과정이 실제 시공 과정을 연상케 하여서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진행하게 되었다. 창문을 그리는 과정에서 내가 담당한 부분만을 보고 그렸는데 옆 벽면과 맞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 이 과정에서 세세한 디테일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완성 후에 벽돌과 단열재, 창호 등 실제 건축자재들을 교수님께서 배치하셨는데 우리가 정말 물리적인 공간을 만들어낸 느낌이 들었고, 도면 위로 건축물이 올려져 있는 느낌이 들어서 신기했다. 과제3 전과정에서의 활동이 서로 맞물리면서 작은 공간을 크게, 큰 공간을 작게 볼 수 있는 시야를 얻게 된 것 같아 힘들지만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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