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정한 사이트는 배봉산 숲속 도서관 옆에 있는 배봉산 숲속 폭포이다. 원래 배봉산 숲속 도서관의 공간을 재구성하려 하였으나, 배봉산 숲속 도서관은 자체로 완전한 도서관이라 판단하였고, 도서관을 수정하기보다는 배봉산 숲속 폭포라는 주변 조형물을 개선하는 방향이 더욱 적절하다 판단하였다.
배봉산 숲속 폭포는 인조적인 조형과 질감으로 인하여 아쉬움이 많이 남는 조형물이었다. 또한 폭포와 관찰자 사이의 거리도 멀었기 때문에, 먼 거리에서 가끔 내려오는 물을 구경할 수밖에 없었고 거대한 규모도 완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사람들이 폭포에 더 가깝게, 아예 폭포 안으로 들어가서 밖을 바라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면, 사람들이 폭포를 이용하는 데 있어 당위성도 생기고 거대한 규모와 폭포라는 컨셉트 또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다.
내가 폭포 조형을 만들면서 한 생각은, 자연 폭포의 특징을 따 오되 억지로 자연과 같은 형태를 만들지는 않는 것이었다. 폭포의 특징은 크게 세 개라고 생각하였는데, 거대한 규모, 중간에 바위가 개입하며 물줄기에 층이 생기는 모습, 그리고 물이 부딫히며 나는 소리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폭 1500, 높이 800의 큰 규모로 폭포 조형을 설계하였고 세 개의 층으로 물줄기가 나뉘어 떨어지도록 하였다. 또 폭포가 거대한 입구가 되기를 바랐기 때문에 1층에 입구를 깊게 만들어 보행자가 폭포 속 공간으로 들어간다는 느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마지막으로 폭포의 1층에 외부와 내부를 구분하는 창이나 벽 등을 제거하여 물줄기 소리가 내부로 전달되어 들리게 하였다.
내부공간은 어두운 색감을 채택하여 지하 공간에 들어온 느낌을 내었다. 좌석이 원형으로 입구를 향하여 배치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사람들이 밖에서 물이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또 입구 양쪽에는 테라스를 만들어 폭포수 바로 뒤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였다.
1층 입구 양옆에는 막대기들이 여러 개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파이프이다. 1층에는 외부와 내부를 구분짓는 벽이나 유리창이 없기 때문에 파이프를 통해 간접적으로 구분하고자 하였고, 동시에 폭포수의 속도를 늦추어 내부로 물이 튀어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였다. 추가적으로 내부가 비어 있는 파이프에 폭포수가 충돌하여 발생하는 울림으로 소리가 더욱 다채로워지도록 하였다.
마지막으로 내부에 작은 숨겨진 방을 만들었는데, 이곳은 '숨어서 읽는 명작'을 추천하는 공간이다.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베스트셀러나 스터디셀러 등을 추천하는 공간은 많이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독서에서는 유명한 도서가 아니더라도 우연히 좋은 책을 발견했을 때 오는 즐거움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음악에서 '숨겨서 듣는 명곡'이란 크게 알려지지 않은, 나만이 알고 있는 명곡을 의미하는데, 이것을 책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이 숨겨진 공간에서 사용자가 자유롭게 본인만의 '숨어서 읽는 명작'을 추천하고, 이를 사서가 큐레이팅하여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