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통의동 70 사이트에서 공예의 작업과 전시가 함께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해보았다. 대상지는 서울의 오래된 골목길과 현대적인 갤러래,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들이 공존하는 상업 지역으로, 유동 인구가 활발하며 시각적으로도 다양한 자극이 존재하는 곳이다. 이러한 도시적 맥락 속에서 공예가들이 현대 사회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고자 하였고, 작업과 전시가 분리되지 않고 이어지는 공간 구조를 구상해보았다.
매스는 처음에 사이트를 꽉 채운 박스형 볼륨에서 출발하여, 이후 매스 일부를 덜어내며 형태를 비워내는 과정을 통해 공간의 밀도를 조절해보고자 했다. 특히 가운데를 비워 중정을 만들고, 대로변 쪽이나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는 매스를 덜어내어 접근성을 높였다. 전 층에 고정된 하나의 코어는 구조적인 안정성과 수직 동선의 효율성을 모두 확보하며 공간의 중심축 역할을 한다.
이러한 구조 위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배치했다. 1층에는 카페와 사무 공간을 배치하여 대로변을 향한 개방성을 마련했고, 중정을 끼고 있는 2층에는 리셉션과 공예가들의 작업실이 위치한다. 작업실은 중정과 맞닿은 벽면을 전면 유리로 구성하여, 내부에서 진행되는 작업이 자연스럽게 외부 관람객에게 노출되도록 하였다. 관람객은 1층에 설치된 스탠드현 외부 계단을 따라 중정을 가로질러 2층의 메인 입구로 진입하게 되는데, 이 동선은 공간 전체를 조망하고 진입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3층은 전시의 중심이 되는 공간이다. ‘공예’라는 전시 주제를 공간적으로 해석하면서, 관람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전시 환경을 세 가지 빛의 조건에 따라 구획하였다. 첫 번째는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암실로, 조명과 작품이 직접적으로 조우하는 집중된 환경을 제공한다. 두 번째는 루버를 통해 자연광이 간접적으로 유입되는 반개방형 전시 공간으로, 시간에 따라 빛의 변화가 전시물의 인상을 달리 만들어 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외부 테라스와 연계된 완전 개방형 전시 공간으로, 실내와 실외의 경계를 흐리며 공예 작품을 도시 맥락 속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한다.
최상층인 4층은 공예가들을 위한 레지던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네 명의 작가가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원룸 유닛과 함께, 다용도실, 키친, 라운지 등 공동 생활을 위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공용 공간은 대로변을 향해 배치하여 활기를 끌어들이고, 상대적으로 조용한 후면부에는 사적 공간을 배치하여 주거의 안정감을 확보하고자 했다. 공용 공간과 개인 공간을 잇는 복도는 외부 캐노피가 설치된 데크 공간으로 구성해보았다. 이는 단순한 동선을 넘어서 작가 간의 교류를 유도하는 외부 공유 공간의 성격을 띈다.
외장재는 연회색 노출 콘크리트를 선택하였다. 과도하게 튀지 않는 재료를 통해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안정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음과 동시에, 전시되는 공예 작품들이 시각적으로 더욱 부각될 수 있도록 의도하였다. 건물 자체가 작품보다 더 강하게 드러나지 않도록, 배경으로서의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이 공간은 공예를 위한 작업과 전시, 거주와 교류가 얽힌 구조를 통해서 작가와 관람객 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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