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의 성격을 선정하며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폐쇄적이고 사전부터 전시 정보를 아는 이들만 이용할 수 있는 갤러리가 있는 반면, 전시 정보를 모르더라도 자연스럽게 접근하여 둘러보게 만드는 갤러리도 있다. 필자는 후자를 원했다. 사이트는 서촌의 도로와 경복궁에서 다가오는 길의 접점에 위치했다. 사람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 올라가는 건 부담스럽고, 평지는 사람을 이끄는 힘이 부족하다. 중력을 따라 천천히 내려오는 관성을 원했다. 따라서 접점으로부터 미술관으로 들어오는 슬로프를 기획했다. 부지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슬로프를 통해 여유있고도 차분하게 내려와 휴식을 취하기를 원했다. 옆에 앉을 수 있는 데크도 마련해 중정을 바라보면서 쉬기도 하고 그러다 자연스레 미술관으로 들어왔으면 했다.
앞선 과제에서 자하 하디드의 맥시 뮤지엄(maxxi national museum of 21st century arts plan)을 선례로 분석했다. 해당 건물에서 핵심은 경사를 가진 곡면이 만들어내는 공간이었다. 따라서 이를 응용하여 매스를 발전시켰다. 두 곡면을 서로 교차시켜보고, 하나의 곡면을 길게 연장해 나머지 곡면에 관입하기도 했다. 마침내 중정을 구심점으로 순환하는 동선을 갖추도록 매스를 구성했다. 또한 레지던시는 도로의 소음으로부터 방해받지 않기 위해 사이트의 안쪽에 배치했다.
동선은 위 그림과 같다. 슬로프를 통해 지하 1층에 다다르면 코어를 따라 1층으로 올라온다. 그리고 1층부터 주요한 동선이 구성되는데, 코어 옆으로 햇살을 담고 있는 계단이 있다. 계단 바로 위에 천창을 뚫어 위로 향하는 동선을 암시했다. 해당 계단을 올라오면 제1전시장이 나온다. 관람을 마친 후 슬로프를 통해 제2전시장으로 내려온다. 모든 관람을 마치고 나면 슬로프 옆의 계단을 따라 카페 및 기념품샵으로 향한다. 이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관련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매스가 하늘을 향해 떠오르는 듯해 부양이라는 개념을 추출했다. 이는 곧 중력을 이겨낸다는 비현실적인 속성을 내포하고 있기에 초현실주의 작품을 이 곳에서 다루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초현실주의의 비현실적인 인상이 작품 안에서 그치지 않고 공간을 통해서 그 감각과 인상이 확장되길 바랐다.
회색조 노출 콘크리트와 미색의 컬러 콘크리트를 대표 마감재로 활용했다. 위쪽의 곡면을 이루는 주요 매스는 미색 콘크리트로, 지하와 1층 매스는 회색조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이를 통해 위쪽의 매스가 떠 있는 느낌을 강조하되 어두운 아래쪽 매스를 통해 안정감을 주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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