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3의 첫 걸음은 배봉산 숲 도서관을 답사하여 직접 도면을 그려보는 것이었다. 우선 밖에서 걸음으로 수치를 측량하여 내부의 공간을 가늠하였다. 이때 목측으로 건축물 입면의 크기도 파악하여 전체적인 공간에 대한 감을 잡았다. 이후에 내부를 둘러보던 중, 바닥의 타일로 쉽고 정확하게 내부 공간의 크기와 가구의 배치를 알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외부에서 잰 기록과 내부에서 타일을 통해 확인한 정보를 종합하여 직접 도면을 그렸다. 하지만, 그려지는 도면과 현실에서 보이는 광경 간에 괴리감이 느껴졌다. 현실에서 짧게 느껴지던 공간은 더 길었으며, 타일을 통해 구해낸 기둥의 위치 또한 나의 생각과는 달랐다. 이때, 도면은 어디까지나 수단에 불과하단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건축가가 만들고자 했던 공간은 2차원의 도면이 아닌, 현실의 공간과 최대한 닮아야 한다. 그렇기에 현실에서 건축물이 어떻게 보일지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다음으론 도서관의 평면도와 입면도를 손으로 그려보았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도면에서 가장 중요한 축선, 그 다음으로 중요한 벽면과 기둥, 등 도면에서 우선시하는 것은 현장에서 또한 중요한 요소이다. 손으로 시간을 들여가며 그리면서 이 요소들이 왜 중요한지 배우고 요소들 간의 관계를 배우며 건축물이 어떤 식으로 지어지는지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건축물을 답사할 때도 이 지식을 활용하여 체계적으로 건축의 짜임새를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스튜디오 팀원들과 모형을 만들 때엔 무엇보다도 재현에 힘썼다. 현실의 공간을 30배 줄여 그대로 옮겨내는 것이 해당 과제의 목적이라 생각했고, 팀원들과 역할을 분담하고 도면을 조사하며 현실과 거의 비슷한 1/30 모형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건축물이 한눈에 들어오니 답사 당시엔 보이지 않던 건축물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고, 실제로 접했던 공간이 건축물 전체에선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연휴 기간엔 건축 답사를 다녀왔다. 건축가의 의도가 공간에 어떻게 드러나는지, 그 공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고민하며 답사를 진행했다. 건축물은 미술관, 도서관, 야외공원, 등 다양했다. 이 건축물들의 모든 공간에서 건축가의 의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순 없었지만, 건축가는 사람들이 그 공간을 온전히 활용하는 것에 가장 큰 가치를 두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근대 건축의 근간을 이룬 르 코르뷔지에는 부모님께 '작은 집'을 지어드렸다. 설계하는 동안 그는 부모님의 만족감을 1순위로 여겼다. 그는 과거 건축의 허식을 떠나 인간적 기반을 추구했던 것이다. '작은 집'을 짓는 르 코르뷔지에의 철학이 답사하는 동안에 접했던 건축물에서 느껴졌다. 자신만의 방식대로 사람들이 공간을 누릴 수 있도록 사람을 고려하는 것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할 필욘 없다고 느껴졌다. 건축은 단순히 예술이 아닌, 사람들이 오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과제 3의 피날레는 1:1 드로잉이었다. 말 그대로 도면을 건축물과 같은 크기로 그리는 것이었는데, 정말 그 공간에 서 있는 기분이 들어 실제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리는 도중에 계속해서 실제 모습을 연상하며 그려냈던 것이 기억에 남았다. 스케일을 줄인 도면을 그릴 때와는 달리, 1:1사이즈인 만큼, 그리면서 현실의 건축물을 염두에 두었다. 도면과 현실을 오가며 생각하는 감각을 길러야 비로소 원하는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