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는 과거 서울대학교가 위치했던 장소에서 유래된 지명으로, 현재도 주변 대학들과 문화예술 활동으로 인해 유동인구가 활발한 지역이다. 이 일대는 혜화역에서 이화사거리까지 이어지는 직선의 보행 축을 중심으로 동선이 형성되어 있으며, 마로니에 공원은 이 축의 시작점이자 진입부로서 열린 광장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처럼 중심적인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원에 인접한 ‘예술가의 집’은 담장과 조경에 의해 공원과 시각적·동선적으로 단절되어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건축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열린 건축 뮤지엄 및 아카이브를 계획하며, 마로니에 공원의 광장성을 확장하고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시적 스케일의 어반 루프를 도입하였다. 이 구조는 사이트 전체를 아우르며 다양한 보행자 흐름을 흡수하고, 공간적 여유를 제공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예술가의 집은 가로로 긴 선형 매스를 가지며, 이에 따라 기존 후면부를 해체하여 가로축의 흐름을 명확히 하였다. 과거부터 유지되어 온 전면의 포치는 건물의 얼굴이자 메인 시퀀스로 기능하며, 이를 기준으로 좌측 매스를 확장하여 전시 공간을 확보하고, 상부에는 선형 테라스를 삽입하여 마로니에 공원과의 시각적·동선적 연결을 강화하였다. 기존 건물 위로는 어반 루프를 형성하고, 그 위에 새로운 선형 매스를 추가하여 루프 위 공간을 구성하였다. 구조적 보강을 위한 매스 기둥도 도입되었으며, 이 기둥은 미디어 월, 기념품 샵, 미니 전시실, 설비 공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용한다.
전체 매스는 기능에 따라 세 영역으로 구성된다. 중앙부는 메인 출입구인 포치를 포함한 공공 공간으로 로비 및 라운지가 위치하며, 좌측은 1층에서 시작해 2층과 3층을 관통하는 전시 공간으로 구성된다. 최종 전시 동선은 3층 테라스로 마무리된다. 우측은 아카이브 공간으로, 2층의 보이는 수장고와 1층의 하역 및 오피스, 지하의 수장고가 포함된다. 루프 위 4층에는 건축 관련 전시나 강연, 크리틱을 위한 다목적실이 배치되어 있다.
재료 계획에 있어 기존 건물의 벽돌 타일과 화강암 마감은 유지하여 건물의 정체성을 보존하고자 하였으며, 증축부는 노출 콘크리트와 유리패널을 활용하여 과거와 현재의 시간적 레이어를 대비적으로 드러내도록 하였다.
어반 루프는 사이트 대부분을 덮으며 열린 광장을 형성한다. 루프 아래는 거리 공연, 야외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으로 작용하며, 건물의 모든 방향으로 열린 흐름을 유도하여 마로니에 공원과의 연결성을 강화한다. 구조적 요소로서 도입된 기둥들은 동시에 기능적 공간으로 작동함으로써 복합적인 도시적 장치를 구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