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로구 통의동에 백자를 전시하는 미술관을 설계해보았다. 회화와 달리 백자는 빛에 약한 전시대상이 아니고, 빛과 함께 조화로운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전시대상이다. 이 점을 잘 활용하면, 미술관이 암실같이 어두운 공간이 아닌 빛을 활용하는 재미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사이트의 일조 분석을 했을 때, 북서쪽 방향으로 천창을 두면 시간에 따라 빛이 은은하게 떨어지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또, 주변 건물의 층수를 분석했을 때도 사이트 주변에 저층 건물이 많아 일조나 조망에 크게 방해를 줄 요소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서촌은 골목의 분위기가 좋은 동네라 생각한다. 이런 골목을 미술관 동선의 연장이라 생각하고, 건물 외부를 걸으면서도 전시대상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미술관 방문객이 아니더라도, 서촌 골목의 식당이나 상점에 들르면서 미술관 내부를 흘끗 볼 수 있다. 이는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잠재적인 힘이 되기도 한다.
나는 백자 중에서도 특히 달항아리를 전시하고 싶었다. 위아래 두 부분을 접합해 만드는 독특한 제작 방식 덕분에, 달항아리에는 자연스럽게 주름이 생기고 완벽하게 대칭되지 않는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높이 약 40~50cm, 지름 약 35~45cm로 꽤 큰 편이라 한눈에 담기 어려운 것도 특징이다. 그래서 미술관에서는 관람객이 달항아리를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걸으면서 다양한 시점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 방식을 구성하고자 했다. 그래서, 이런 컨셉의 미술관 단면을 그려보았다. 천창에서부터 이어지는 1층과 2층 전시대로의 빛, 빛이 가는 경로에 있는 슬래브도 뚫어서 시원한 공간감을 연출한다. 이렇게 뚫린 슬래브는 평면상에서는 자연스러운 동선처럼 보인다. 1층에는 골목과 나란한 창을 두어, 골목을 거니는 시민들이 백자를 볼 수 있게 한다.
1. 박스 형태의 건물 2. 빛의 경로와 그에 따른 단면을 생각하며 매스를 기울이게 됨 3. 입구성을 확보하기 위해 왼쪽 매스의 길이를 늘림, 경북궁을 향한 레지던시 거주 공간과 카페를 위해 북동쪽에 매스 추가 4. 건물의 면적 확보를 위해 매스의 각도를 조절
동선을 크게 두 가지로 보면, 방문객은 서쪽의 코어를 이용하고 레지던시는 동쪽의 코어를 이용한다.
<전시 공간> 관람객은 주출입구, 방풍실, 로비를 통해 1층 전시실에 도달하게 된다. 1층 전시실을 관람한 뒤, 계단이나 엘레베이터를 통해 2층으로 올라가는 동선이다. 화장실은 북쪽에 배치하였으며, 그 앞에 벽을 세워 시선을 가리는 동시에 그림을 전시할 수 있도록 했다. <레지던시> 레지던시는 전시공간과 레지던시 공간 사이의 길을 통해 작업실에 진입하게 된다. 이 길은 2층의 카페를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야외에 만들었다. 레지던시는 계단을 통해 2층의 카페나 3층의 거주 공간에 갈 수 있다.
<전시 공간> 계단을 통해 올라온 관람객은 2층 전시실에 도달하게 된다. 2층 전시실은 골목처럼 선택적인 동선으로 움직이며 관람이 가능하다. 야외테라스를 통해 나가면, 카페가 있어 경복궁을 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관람한 뒤, 계단이나 엘레베이터를 통해 3층으로 올라가는 동선이다. 화장실은 북쪽에 배치하였으며, 그 앞에 벽을 세워 시선을 가리는 동시에 그림을 전시할 수 있도록 했다. <스태프> 관리의 측면에서는 2층에 오피스가 있어, 1,2,3층의 건물 관리를 용이하도록 했다. 바로 옆에 계단이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동선을 제공한다. <레지던시> 계단을 통해 올라온 레지던시는 카페에 가거나 3층의 거주 공간으로 갈 수 있다. 1층에서 작업실로 가는 길은 2층을 오픈시켜 좁고 어두운 분위기를 탈피하고자 했다.
<전시 공간> 계단을 통해 올라온 관람객은 3층 전시실에 도달하게 된다. 3층에는 평면적인 벽으로 구성된 넓은 공간을 두어, 기획 전시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간이 변형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자 한 것이다. <레지던시> 계단을 통해 올라온 레지던시는 거주 공간으로 갈 수 있다. 거주 공간 내에는 1인당 하나의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다. <재료> 건물의 재료는 흰색 노출 콘크리트로 하였다. 내 건물이 가진 독특한 형태를 활용해, 재료까지 독특하게 사용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시 대상과 어울리는 깔끔한 백색 노출 콘크리트를 선정하였다.
1층의 내부 렌더링 이미지 : 천창의 빛, 뚫린 2층 슬래브의 개방감, 골목이 보이는 창으로 시원한 공간감을 연출한다.
2층의 내부 렌더링 이미지 : 2층에 올라오자마자 펼쳐지는 뷰와, 뚫린 슬래브를 통해 내려다보이는 1층의 시각적인 연결을 보여준다.
2층의 내부 렌더링 이미지 : 2층 야외 테라스 입구에서 내부를 바라보면, 천창에서 시작된 빛이 2층 전시대로 내려오는 흐름이 공간 속에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백자는 2층 슬래브보다 낮은 위치에 배치되어 있어, 관람객이 위에서 내려다보며 감상할 수 있다.
3층의 내부 렌더링 이미지 : 3층에서 1층까지 이어지는 공간의 연속성 덕분에,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도면
1:200 매스 모델
1:100 모델
내부 렌더링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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