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작은 산들과 그 경계부]
본 프로젝트는 서울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자연과 도시가 만나 형성된 경계부를 살펴본다. 구획된 경계를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것들이 공존하는 방식을 상상한다. 본래 산에는 인위적인 경계가 만들어져있지 않지만, 도시에 있는 산들의 경계에는 인간이 개입한 흔적이 있다. 이는 주로 옹벽과 도로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경계들은 그 자체로 자연과 인공이 충돌하는 지점이며, 단절을 일으키기도, 도시적 결함으로 읽히기도 한다.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도시의 익숙한 풍경에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시작한다.
[옹벽에서 건축으로]
지형을 평탄화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옹벽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만, 잘 인식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언제부터 산에 정해진 입구가 있었고, 언제부터 싱그러운 자연이 아닌 딱딱한 벽을 바라보는 것이 당연해진 것일까. 산을 둘러싸고 있는 옹벽을 토목이 아닌 건축의 벽으로 바라본다. 벽이 두께를 가지면 공간이 된다. 두께를 가지는 벽에는 수직 동선을 만들었고, 이는 산으로 향하는 산책로가 된다. 두꺼운 벽, 산책로, 그리고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세 개의 건축물은 산의 테두리에 만들어지는 새로운 입구이자, 도시와 자연이 공존할 가능성을 위한 작은 건축적 제안이다.
[남산 회현자락]
남산 회현자락은 남산의 자락이지만 몇차례의 대규모 개발사업을 거치면서 산을 두르는 도로가 형성되었고 몇 군데에 입구가 있는 곳을 제외하면, 높은 옹벽으로 둘러쌓여있는 외딴섬과 같은 장소이다. 따라서 세 면을 선정하여 경계부를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세 개의 건물은 새로운 접근 지점이자, 인근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로 기능한다. 이들은 산과 공원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함과 동시에, 산으로 향하는 산책로를 제공한다. 각 시설은 인근 구릉지 마을에서 관찰되는 삶의 열악함을 바탕으로, 해당 지역에 부족한 공유주방, 체육시설, 문화시설 등의 프로그램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옹벽은 세가지의 프로그램이자, 산책로이자, 세개의 건물로 치환되며, 단순한 토목 구조물을 넘어 서로 다른 요소들이 공존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경계이자 매개체로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