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례인 매스스터디스의 페이스갤러리 한남을 조사하면서 대지 맥락과 형태적인 측면에 대한 건축가의 자질을 익혔다. 건축가가 어떠한 설계 의도를 가지고 있느냐는 하나의 건축물이 세워지기까지의 모든 과정에 개입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페이스 갤러리는 2017년 3월 서울 이태원에 개관한 후, 2023년 5월 한남동으로 옮겨 전시 공간을 확장하고, 2022년에는 오설록과 협업해 탄생한 PACE x 오설록 티하우스의 새로운 공간으로 오픈을 했다. 최근 국내 화랑들 가운데 전시장 규모를 최대 규모로 확충하고, 직원 수도 늘린 페이스 갤러리는 작품 감상뿐 아니라, 예술과 차 애호가를 위한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서 특색 있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
새로 이전한 페이스 갤러리는 시원한 개방감을 자랑한다. 전시장을 감싸는 발코니와 테라스에서 한남동을 조망할 수 있고, 남산자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이 디렉터는 "뉴욕 갤러리지만 한국적 디자인을 최대한 반영하려 했다"라고 말한다. 삼베천 파티션과 전통적 목각 문양이 곳곳에 자리잡았다. 인테리어는 해당 건물을 건축한 조민석 매스 스터디스가 담당했다. 단일 건물이었던 원안을 주변 스케일과 지형에 맞도록 지상 두 동으로 분리했다. 후면 남산과 접한 기존 옹벽을 활용해 정원을 품은 중정을 만들고, 2층의 ㅁ자 중정과 지하 두 개 중정, 총 네 가지의 특징적인 외부 공간들이 건물과 함께 이태원 도시 조직의 일부가 되도록 설계했다.
과제 1 콜라주에서는 사이트의 특징 중 인왕산 배경과 골목길이라는 요소를 갤러리 공간에 녹여내보았다. 갤러리는 외부도로 방향으로 개방감을 가지고 있어 사이트를 지나가는 사람 누구나 공간을 경험할 수 있고 각 실마다 전시품의 성격에 맞는 분위기를 갖고 있다. 실내 공간뿐 아니라 갤러리의 곳곳에 골목을 연상케 하는 틈을 연출하여 서촌이라는 지역의 정체성은 '골목'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가장 먼저 갤러리에 어떤 작품이 전시될 것이며 어떤 아티스트들이 거주할 것인가를 설정한다. 전시의 장르가 요구하는 아티스트들의 조건과 공간은 갤러리를 설계하는 과정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 관람객들이 갤러리에서 전시를 감상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가를 상상하는 것은 중요했다. 저마다의 기능과 목적을 가진 공간들이 어떤 매커니즘으로 얽히고 분리될 것인가를 보여주는 다이어그램에서는 공간의 위계와 질서를 알 수 있다. 기능에 따라 공간을 분리하는 것이 무조건 옳지는 않다고 생각하기에 골목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어떻게 이를 풀어나갈 것인가가 이번 설계의 중안점이었다.
1층 평면도에서는 주출입구의 위치와 사진 갤러리 그리고 관람객들의 동선을 알 수 있다. 사진이라는 매체는 사람들에게 그 어떤 것보다 익숙하며 그 누구나 전시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이 사실은 사진 갤러리의 위치를 정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 사진과 설치 미술이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전시 장르를 어떻게 하나의 갤러리에 녹여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답은 '덜어내는 것'에서 찾아보았다. 관람객들이 가장 먼저 마주치고 가장 많이 지나가게 될 로비 공간을 수직적으로 덜어내면서 공간의 단절감을 해소했다. 또한 1층에서는 전시 관람뿐 아니라 별도의 골목 상점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서촌의 골목길이라는 요소를 활용해본 것이다.
2층에서는 설치미술의 일종인 키네틱 아트를 전시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키네틱 아트도 모빌과 비디오 아트로 갈래가 나뉜다. 수직 동선을 거쳐 비디오 및 키네틱 아트를 관람한 후에는 1층과 연결된 홀을 지나게 되고 이 복도를 넘어서면 모빌 전시 공간이 나온다. 사선으로 디자인되어 공간감의 변화를 주고 폴딩도어로 열려 있어 바람과 빛의 작용을 받아들였다. 이 공간은 카페와 야외 데크로 열려 있어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선사한다. 워크 스페이스는 1층과 2층 사이에 걸쳐 있어 skip floor 라고 부르고 이는 1층의 사진 갤러리와 2층의 키네틱 아트 갤러리 모든 곳에 아티스트들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조혜원의 저작물인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Copyright © uosarch.ac.kr., Some rights reserved.
고장 및 불편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