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실 밖으로 나가 캠퍼스 속 여러 나무를 장시간에 걸쳐 관찰했다. 원거리/근거리, 특정 각도에서 나무를 눈으로 보고, 만져 보며 형상화하였다. 간접적으로 나무를 관찰하기도 하고,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나무를 분해 및 조립해 보았다. 나아가 나무의 껍질, 내부 모습 등을 마음껏 상상하여 표현했고, 나무가 다른 생물들과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나무를 다양한 시각에서 관찰하고 보이는 대로 그렸다. 대략적인 나무의 형태에 집중하며 그린 '서론'. 나무에 가까이 다가가 껍질을 자세히 관찰하며 그린 '본론'. 나무의 뿌리가 땅 위에 올라와 그물처럼 엉켜있는 모습을 그린 '결론'. 특히, '본론'에서는 나무가 두 갈래로 갈라지면서 가운데에 구멍이 만들어지고, 그 구멍은 또 다른 나무를 보여준다. 이러한 연속성이 이 그림의 숨은 관람 포인트다.
또한 나무를 직접 관찰하는 것이 아닌 간접적으로 본 나무를 그리기도 했다. 덩굴 하나하나는 가늘지만 마구잡이로 뒤엉켜 마치 굵은 나무와 같은 형태를 만들어 낸다. 특히 '장식(안토니 가우디)'에서의 구절과 같이, 건조한 형태의 인공물이 반복되는 상황 속에 역동적인 자연물이 더해서 마치 '장식'이 되는 것 같았다. 벤치에 앉아서 나무를 그릴 때, 뒤에 있는 나무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장면을 그린 그림인 '그림자'. (투명하면서도 불투명한 그림자를 표현하기 위해 여러 재료를 고민하다 파스텔을 이용했다.) 학교 건물 유리창에 나무가 반사되어 나무의 본 모습이 보이는 것이 아닌, 유리창의 사각형 모양대로 뚝뚝 끊기며 보이는 모습이 마치 나무가 인공물에 대해 저항하는 것과 같은 생각이 들어 그린 '저항'. 움푹 파인 시멘트 도로에 고인 물과 그것에 비친 나무를 그린 '투영'. 이 네 가지 그림 모두 인공물과 자연물이라는 주제로 묶여 있다. *'장식'의 구절(일부 수정)- 기하학적으로 건조한 형태가 지나치게 반복된다면 적절한 대비를 위해 아주 자유로운 형태를 가진 오브제가 필요하다.
나무의 기둥에 혹처럼 구형으로 무언가가 튀어나와 있었다. 나무에 이러한 혹이 있는 것이 신기해서 '발견'이라는 키워드로 표현했다. 그리고 그 구형의 무언가의 내부를 상상하여 그린 그림이 가운데의 '저장소'이다. 나무에 영양분 및 필수 성분을 공급하거나 저장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기둥 껍질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까 상상하며 그린 그림이 마지막의 '레이어'이다. 겉은 거칠거칠하지만 안으로 들어 갈수록 부드러워져 내부에서의 양분 이동이 수월한 형태로 만들어졌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처럼 본 것을 바탕으로 상상하며 그리기 시작했다.
또한 관찰한 나무를 분해하고 재조립했다. 나무가 모여있는 모습이 사람과 비슷한 것 같아 '군상'이라는 주제로 네 가지의 그림을 그렸다. 사람의 지문과 같이 서로 다른 나이테들이 모여있는 '군상1', 나무들이 맞물려 소통하며 살아가는 '군상2', 개성 있는 헤어스타일처럼 알록달록한 잎을 가진 나무들의 모습인 '군상3', 나무 한 그루도 물관, 체관 등 여러 구성 요소 이루어져 하나의 군상이 되는 '군상4'.
플라타너스의 껍질은 바다와 섬으로 이루어진 '지도' 같았다. 하나의 섬(껍질)이 어떻게 이루어졌을지 상상하며 '섬마을'을 그렸다.
나무가 다른 동식물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주제로 그린 그림이다. 나무와 돌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다양한 형태로 '공존'하는 그림. 나무에서 열매로, 열매에서 나무로 자라는 순환성을 생각하며 그린' 열매'. 나무는 부엉이의 안식처, 부엉이는 나무의 말동무가 되어주는 그림인 '교류'. 곤충, 미생물과 나무뿌리의 '상생'을 담은 그림.
이번 과제는 단순히 나무만 관찰하고 표현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알게 해 주었고 다양한 시각에서 관찰하고 표현하며 대상을 자유롭게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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