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의 대상은 솔방울, 책, 소나무 가지였다. 솔방울을 가장 공을 들여 관찰하였고, 책과 소나무 가지는 솔방울을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될까 싶어 참고하였다.
먼저 솔방울을 평소엔 눈여겨보지 않던 부분까지 아주 자세히 관찰하였다.
솔방울의 전체적인 형태를 보았을 때, 평소에는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띄였다. 바로 솔방울의 시작과 끝이다. 봉우리처럼 보이는 갓 태어난 비늘부터 떨어져 나간 비늘의 빈자리를 채우고있는 오래된 비늘까지, 비늘의 삶과 죽음의 집합이 솔방울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다음으론 비늘 하나를 뜯어다 분석을 해보았다. 여러 각도에서 관찰하고 쪼개어 속을 관찰하기도 하였다. 비늘 안쪽에 씨앗을 품고 있다는 것과 비늘 윗부분의 검은 형체, 단단한 밑부분이 씨앗을 보호한다. 솔방울 비늘의 형태는 그 역할을 하기 위해 이와 같은 형태를 가진다.
각각의 비늘를 관찰한 후, 비늘의 배열과 접합에 대해 알아보았다. 솔방울은 나선형으로 각도와 방향이 틀어지며 크기순으로 배된다. 갓 태어난 것일수록 중심 가지와 이루는 각도와 크기가 작으며, 나이를 먹을수록 각도와 크기는 커진다. 또한 비늘의 검은 형체가 중심을 이루는 가지를 덮으며 다른 비늘의 그것과 합쳐져 솔방울의 형태를 갖춘다.
다음 단계는 솔방울을 재해석하는 것이었다. 우선 소나무가지, 책, 솔방울의 형상에서 모티브를 따 이를 결합하여 스케치를 해보았다.
이번엔 형태 뿐만이 아닌, 그 성질을 활용해보기로 했다. 회전하며 틀어지는 솔방울의 성질에 초점을 두고 그려보았다.
위의 유기적이고 추상적인 스케치를 기계적이고 계산적인 형태로 또다시 그려보라는 교수님의 피드백에 솔방울의 형태, 그리고 그 유닛 사이의 접합을 고민해가며 스케치한 흔적이다.
유닛과 그 접합을 상상해보니 그 모든 것들이 결합되어 완성된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다. 솔방울의 회전하며 틀어지는 성질은 솔방울 비늘 하나하나의 삶과 죽음에 기인한 것이다. 이 솔방울의 특성을 살려 각도와 틀어짐, 크기의 정도를 달리하며 죽고 태어난다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일전의 계산적이고 기계적인 유닛으로 이루어지는 형상을 표현하였다.
위의 형상이 추상적으로 느껴져 다시 구체화하였다. 3차원의 공간에서 어떤 모습일지, 어떤 기하학적 형상을 가지는지,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어떻게 달라질지, 형태가 복제된다면 이 또한 어떻게 배열해야 할지를 고민을 하며 서서히 형태를 잡아갔다.
구체화의 마지막 작업은 위의 형상을 당장이라도 만들어볼 수 있도록 각 유닛을 떠올려보고 그 결합을 고려해보는 것이었다. 위의 형상을 이루는 각기 다른 두 유닛의 구조, 그리고 그 구조에 담긴 원칙을 간략히 설명하였다
'관찰과 표현' 과제는 나에게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과정을 아주 자세히 풀어주었다. 무언가를 관찰하며 어떠한 영감을 받고, 느껴지는대로 그려보고 그걸 구체화하여 그려보고, ~하면 어떨까 끊임없이 고민해보며 결국 만들고자 하는 것을 표현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