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오브제를 연필깎이, 수세미, 브로콜리로 선정하고 겉면을 관찰하는 것으로 첫 과제를 시작했다.
나는 연필깎이와 수세미를 먼저 분해해 보았다. 인공물을 분해하면 조립된 개체들이기 때문에 각각 고유의 성질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였다. 그래서 어떤 재료로 만들었을지 생산 과정을 떠올리며 관찰했다. 연필깎이에서는 내부에 톱니와 칼날이 반복적으로 맞물리는 것을, 수세미에서는 아주 작은 삼각형이 패턴을 그리며 안정적인 구조로 되어 있음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과 다른 성질인 브로콜리는 어떤 방식으로 분해할 수 있을까? 라는 막연한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러나 인공물은 정해진 방향으로 분해할 수밖에 없었는데 브로콜리와 같은 자연물은 다양한 방면으로 자르고 확대해 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브로콜리는 단면과 입면에서도 새로운 매력을 찾아볼 수 있었지만, 브로콜리를 통해 평소에도 보기 힘든 장면을 포착하고 싶었다. 이를 계기로 사람의 눈으로도 관찰하기 힘든 한 봉우리를 카메라의 도움으로 더 확대해 보고 내부를 상상하고, 펼쳤을 때의 전개도까지 생각하고 최대한 묘사해 봤다.
또 하나의 봉우리에서 조금 벗어나 브로콜리를 탐색한다고 생각했을 때 나 자신을 축소해서 내부를 날아다니는 영상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잎들이 몰린 부분, 그 장소에서 위로 올려다본 부분, 줄기 내부를 파낸 부분, 줄기 사이에 벌어진 부분에서 외부를 보는 모습을 각각 그렸다. 실제로 묘사해 보니 한 장면만 봤을 땐 브로콜리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고도 느껴졌다.
이번에는 분해해서 조합하고 또 단순한 도형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마치 추상화가가 된 것처럼 최대한 관찰했던 브로콜리에 대한 내 생각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이번 과제1을 통해 일상에서 자주 보던 개체에서도 내가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알아차리는 것을 넘어 관찰하는 시각을 높일 수 있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임소은의 저작물인 이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Copyright © uosarch.ac.kr., Some rights reserved.
고장 및 불편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