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과제는 교수님의 크리틱을 통해 과제1의 그림을 토대로 조형물을 만드는 과제2의 방향성을 잡아나갔습니다. 크게 2가지의 방향성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1. 전체를 미리 구상하고 부분을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닌, 부분들을 먼저 만들고 그 조합으로 전체를 구성하는 접근법
2. 자신이 볼 때 아름다운 것이 아닌, 타인이 볼 때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고민해볼 것
첫 번째 가르침은 저에게 충격적인 사고방식의 변화을 가져왔습니다. 기존에는 모든 것을 사전에 계획하고, 전체 구조가 머릿속에 명확히 그려질 때 비로소 세부 요소들을 고려하던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정했던 구조물을 무너뜨리고 이때까지 해보지 않은 새로운 사고방식을 적용하는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적용의 과정에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극단적으로 전체를 미리 상상하고 부분을 맞추는 방식은 부분들이 조합되어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으므로 전체와 부분이 조화를 이루어야하겠구나' 였습니다.
즉, 전체에 대한 비전과 부분 조합을 통한 새로움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두 번째 가르침은 처음 들었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었습니다.
'각자 다른 환경과 유전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을 어떻게 창작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고민하던 중 깨달은 것은 정반대의 것이었습니다, 타인이 느끼는 아름다움을 고려하기 이전에 제 자신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따라서 전 위 과제를 통해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을 정의하고 창작하는 과정을 통해 남이 볼 때 아름다운 물체를 만들 수 있는 주춧돌로 삼고자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물체를 만들기 위해 자신을 돌이켜보며 어떤 대상에서 아름다움과 희열을 느꼈는지 분석한 결과,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아름답다고 느낀 대상들은 전체적으로는 복잡해 보이지만, 그것을 구성하는 부분들은 단순한 규칙으로 이루어진 것들이었습니다. 즉, 복잡함과 단순함이 공존하며 탐구욕을 자극하는 모순적 특성을 가진 대상에 아름다움을 느꼈던 것입니다.
이러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저는 복잡함과 단순함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조형물을 만들자는 방향성으로 과제를 진행했습니다.
조형물을 만들때 크게 단위체, 모양, 규칙 측면에서 고민하고 제작했습니다. 따라서 3가지 측면에 따라 설명하고자 합니다.
단위체: 나무껍질-> 정팔면체
제가 만든 조형물의 기본 단위체는 나무껍질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나무껍질의 자연스러운 곡선을 살려 타원형태의 단위체를 고민해봤지만, 단위체의 연결에서 한 점과 만나 전체 구조물의 안정성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나무껍질의 본질적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대안을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면과 면이 만나게 하여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정다각형 중에서, 나무껍질의 유기적 곡선과 가장 유사한 시각적 효과를 줄 수 있는 정팔면체를 최종 단위체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만든 정팔면체 단위체에는 기능적, 미학적 목적을 가진 구멍을 만들었습니다. 이 구멍들은 나무가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내보내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마치 나무의 숨쉬는 과정처럼, 단위체의 구멍은 안과 밖을 자연스럽게 연결합니다.
이러한 개방구조는 여러가지 효과를 기대하며 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조형물이 꽉 막힌 느낌이 아니라 트인 느낌을 주어 보는 사람에게 자유로움을 전달합니다. 마치 숲에서 나뭇잎 사이로 하늘이 보이는 것처럼, 구멍을 통해 더 넓은 공간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또한 이 구멍들은 빛이 통과할 수 있게 해서 작품에 생동감을 더합니다. 사람들이 다른 각도에서 작품을 볼 때마다 빛과 그림자가 만드는 모습이 달라져,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사다리꼴 구멍들은 과제 1에서 그린 그림('분해')의 나무 체관과 물관 구조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나무의 이러한 통로 시스템을 작품에 반영하여, 각 면에 한 개 또는 두 개의 사다리꼴 구멍을 배치했습니다. 이를 통해 보는 이에게 일정한 패턴과 질서감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모양: 중심에서 퍼지는 대칭적 형태
전체 조형물의 형태는 과제 1 그림('분해')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중심을 기준으로 위아래로 퍼져나가는 나무의 자연스러운 성장 패턴을 차용했습니다.
이러한 형태를 선택한 이유는 복잡성과 단순성의 조화를 이루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작은 단위체들이 모여 만들어낸 복잡성과 함께, 중심을 기준으로 한 대칭적 구조가 주는 전체적인 단순성이 조화롭게 공존하도록 의도했습니다.
규칙: 뿌리, 줄기, 가지의 체계적 변화
조형물 전체는 세 가지 부분—뿌리, 줄기, 가지—으로 구분되며, 각 부분마다 고유한 규칙을 적용했습니다:
1. 뿌리: 줄기 아래에서 1->2->3 으로 분화하는 점진적 확장 구조를 구현했습니다.
2. 줄기: 중앙을 기준으로 위아래로 갈수록 단위체의 크기는 감소하고 전체 모양은 확장되는 패턴을 적용했습니다.
3. 가지: 최상단부에는 5개의 단위체로 분화하여 길이가 5-4-3-2로 점차 줄어드는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전체 구조의 대칭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지의 3-2 부분을 분리하여 아래쪽에 배치했습니다.
최종 패널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번 과제2를 하면서 나무의 특징을 작품으로 바꾸는 과정이 큰 가치가 있었습니다. 특히 교수님이 알려주신 '부분에서 전체로' 그리고 '다른 사람이 볼 때 아름다움을 생각하라'는 두 가지 방향은 제 디자인 방식을 크게 바꿔놓았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새로운 방식이 낯설고 어려웠지만, 작업을 하면서 점점 그 가치를 알게 되었습니다. 작은 부분들을 먼저 만들고 이를 모아 전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새로운 결과물이 나왔고,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움—복잡하면서도 단순한 조화—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나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정팔면체 조각을 만들고, 나무의 물관과 체관을 사다리꼴 구멍으로 표현한 것은 자연과 디자인의 연결성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해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자연을 관찰하며 디자인하는 방식과 함께, 부분과 전체의 균형을 통한 아름다움을 계속 찾아보고 싶습니다. 이번 과제는 단순히 작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디자인에 대한 제 생각을 넓히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