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를 처음 부여받았을 때 종이를 복잡하게 접어 이어 단위체를 만들고 이어 붙여 크게 만드는 방식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너무 흔한 것 같았고, 새로운 형태의 단위체를 구상하고 싶었다. 이때 생각한 것이 직선 형태의 긴 단위체였다.
종이를 1cm 폭으로 자르고, 중간에 칼집을 내어 접어냄으로써 하나의 단위체를 만들었다. 이렇게 하면 직선 형태의 얇고 긴 단위체가 구겨짐이나 휨 없이 형태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내구성을 갖게 된다. 또한 그림자가 졌을 때 하나의 단위체 속에서도 양쪽에서 다른 색이 보이게 되므로, 직선적인 형태가 더욱 강조되기도 한다.
작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선(단위체)를 모아 면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얇은 단위체들을 조밀하게 배열할 필요가 있었다. 또 단위체들을 배열할 때 모든 단위체가 일정한 거리, 일정한 각도로 배열되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모든 단위체들의 위치를 미리 눈금으로 표시해 두었다.
작품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위체 이외에도 보형물을 사용해야 했는데, 단위체의 틈으로 보형물이 보이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포물선 형태의, 최소한의 보형물을 구상하였다. 보형물의 바깥쪽에 단위체의 안쪽이 맞닿도록 설계하였고, 보형물의 안쪽에 위층을 구성하는 단위체들이 올라가도록 하였다.
이러한 방식으로 네 개의 층을 만들어 쌓아냄으로서 최종 작품을 완성하였다.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점점 층의 규모가 작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각 층이 넘어가는 부분엔 층이 오버랩 되는 부분이 조금씩 있는데, 이를 통해 층의 전환을 좀 더 자연스럽게 하고 직선적인 패턴에서의 조형미를 더하고자 하였다.
작품 전반적으로 직선적인 부분이 부각되기 때문에 각 층의 끝부분에 곡선을 추가하여 직선과 곡선이 조화롭도록 하고 싶었다. 직선(단위체)들이 이어져 면이 되었을 때, 그 면의 위쪽 변을 곡선으로 표현하면 이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래서 모든 단위체의 길이를 다르게, 그러면서도 길이가 연속적으로 변화하도록 단위체들의 길이를 조정하였다. 이를 통해 직선과 곡선의 조화를 표현할 수 있었다.
1층에는 지붕처럼 생긴 요소가 추가되어 있는데, 이는 소라껍데기의 구멍이 있는 입구를 표현한 것이다.(소라게가 고개를 내미는 부분??) 이 부분은 특이하게도 끝으로 갈수록 길이가 짧아지는 단위체들이 각도를 달리하며 붙어 있다. 다양한 각도로 선들을 붙여냄으로써 더욱 3차원적인 형태의 면을 표현해낼 수 있었다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입체적인 면을 깔끔하게 만들어내기 위해 종이로 틀을 만든 뒤 이에 맞추어 단위체들을 붙였다.
최종 형태는 소라껍데기를 닮도록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