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어딘가요?"
2차 과제를 진행하며 줄곧, 그리고 최종 크리틱 때까지 들었던 말이다. 첫 건축물 설계이다보니 모든 곳에 비슷한 밀도의 고민을 담았다. 덕분에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아졌지만, 그와 동시에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의 색이 옅어졌다. 이번 과제에 돌입하며 옅어진 색을 다시금 강하게 칠할 필요를 느꼈다.
우선 엑소노메트릭을 활용하여 대략적인 구도를 잡았다. 공유 거실을 중심으로 집의 전체적인 장면을 그렸다. 하지만 엑소노메트릭으로 층을 분리하는 설정은 본래 의도에 적절하지 않았다. 거주자들이 생활하는 공간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을 바랐기에 보다 사실적으로 표현될 필요가 있었다. 엑소노메트릭에서 분리되어 있던 두 층을 붙였다. 그리고 높이가 다른 층을 서로 다른 색으로 채웠다. 다양한 층의 구성이 뚜렷하게 느껴지길 바랐기 때문이다.
층을 합치고 일부 지붕과 벽을 걷어내는 장면을 설정한 후에도 표현 방식에 있어 고민을 거듭했다. 표현 방식에는 라이노로 집의 형태를 출력해 그 위에 스케치를 덧입히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처음부터 핸드 드로잉으로 그려낼 수도 있었다. 두 방식 모두 시도한 후 최종적으로 핸드 드로잉을 하기로 결정했다.
최종 그림의 모습이다. 여기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바는 두 가지였다.
1. 시선의 확장
공유 거실을 중심으로 그 앞에는 마당이, 뒤로는 부모님 거실이, 대각선으로는 자녀세대의 거실이 존재한다. 부모님 거실을 다시 계단을 따라 다이닝룸으로 연결된다. 이처럼 다양한 공간들이 벽과 같은 물리적 요소 없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그만큼 서로 다른 공간에 머무르고 있는 이들이 시선으로 서로를 연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높이의 조절로 서로 다른 세대를 연결하고, 시선을 확장시켜 소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해당 그림에선 그러한 바를 벽과 지붕의 의도적인 제거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2. 같은 공간, 다른 느낌
앞서 언급했듯이, 최대한 물리적 요소 없이 공간을 구분하거나 연결하려 했다. 부모님 거실에선 그러한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같은 공간이지만 한쪽은 공유 거실 밑에 들어가 있어 비교적 차분하고 아늑한 느낌을 제공한다. 반면 나머지 절반은 5.8m에 달하는 높은 층고와 맞닿아 있어 개방적이며 소통의 공간이 된다. 이처럼 같은 공간이더라도 어디에 위치해 있고, 어디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사용자에게 서로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