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의 집 프로젝트의 마지막 과제는 2차 과제에서 설계했던 주택을 하나의 결과물로 표현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하나의 결과물로 나의 주택을 설명하는 것이기에 모든 것을 보여주기 보다는, 핵심적인 몇 가지를 추려서 강조하는 것이 나의 생각을 보다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우선 나의 주택에서 핵심적인 요소를 선별하는 과정을 거쳤다. 핵심 요소는 2가지 방향에서 선정하였다. 하나는 건축적으로 가장 의미있는 요소, 다른 하나는 공간적으로 가장 의미있는 요소이다. 전자의 경우는 아래의 도면을 도면 알 수 있듯, 주택 중간을 가로지르는 길이자 축이다. 공적 사적 공간을 나누는 길이자, 공적 공간에서 사적 공간으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되고, 이동의 중심이 되는 요소이기 때문에 주택 중간의 길을 핵심 요소로 선정하였다. 후자는 도면에서 3번으로 표시되어있는 거실이다. 이 거실은 바닥은 1층 레벨로부터 900mm 내려가 있고, 천장을 2층까지 이어서 있는 굉장히 높은 공간이다. 이 공간은 가족이 지내는 사적 공간의 중심이 되는 공간으로, 위치적으로도 중심이고 시선적으로도 중심이다. 따라서 이 거실을 또 다른 핵심 요소로 선정하였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선정한 2개의 핵심 요소, 축과 거실을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방법으로 발전해 나아갔다.
가장 처음에 생각한 방식은 꼴라주였다. 앞서 선정한 2개의 요소가 잘 보이는 뷰의 투시도를 그리고, 그 위에 꼴라주를 하여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을 생각했다. 처음은 아래 그림과 같이 연필을 사용하여 길과 거실 둘 요소가 모두 강조될 수 있는 투시도를 그렸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 소실점을 두고 맞은편 오른쪽에 또 다른 소실점을 두어 기반을 잡았다. 전체의 1/4 지점에 길이 위치하도록, 3/4 지점에 건물의 중심이 위치하도록 배치하였다. 이후 원래 존재하였던 계단은 이동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하기 위해 생략하였고, 주택 내부로 필수 요소만 남기고 나머지 요소는 생략하여 아래와 같은 그림을 완성하였다.
꼴라주에서 나타내고 싶었던 내용은 행동와 자연이고, 이 2가지는 요소는 연속성이라는 키워드로 묶을 수 있다. 우선 행동에 대하여 설명을 하자면 다음과 같다. 축을 가장 눈에 띄는 붉은 색으로 하여 처음으로 시선이 가도록 하였다. 길이 앞부분에 사람을 두어 시선을 옮기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사람을 작게 하여 실내로 이동하고 있음을 표현했다. 이동이라는 행동이 외부에서 내부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것을 시선의 이동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내부는 거실 공간에서 이뤄지는 행동을 여러 가지 분류하고 각각을 장면으로 만들어 겹친 형태로 표현하였다. 즉, 외부에서 일어나는 '이동'이라는 행동이 내부의 행동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 다음으로 자연에 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위의 평면도를 보면 거실, 그리고 거실과 맞닿아있는 마당은 같은 레벨을 공유하면서 900mm 내려가 있다. 거실은 실내이긴 하지만, 마당과 같은 레벨을 공유하면서 부분적으로 자연을 받아들이는 공간이 된다. 이를 아래 꼴라에서는 실내로 갈수록 잔디가 어두워지게 하여 내부로 관입한다는 것을 표현하고, 마지막 잔디는 그라데이션을 주어 실내로 관입하지만 부분으로만 관입한다는 내용을 표현하였다. 정리하자면, 행동의 연속과 자연의 연속을 표현하는 것이 아래 꼴라주의 주 목적이다.
위의 꼴라주도 마음에 들긴 하지만, 한달이라는 긴 시간이 있는 만큼 공을 들이는 작업을 하고 싶기도 하고, 기존에 하지 못했던 손을 하는 활동을 하고 싶었기에 다른 방향으로 나의 주택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러던 중 스위스 건축가 피터 줌터의 스케치를 보았다. 그 스케치는 오직 선만을 사용하여 공간의 깊이를 설명하고 공간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러한 표현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선을 이용해서 공간을 표현하는 스케치로 나의 주택을 표현하고 싶었다.
스케치의 구도는 위의 꼴라주와 같은 구도로 그렸다. 그 이유는 2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꼴라주의 구도가 공간을 표현하기에 알맞은 구도이기 때문이다. 꼴라주의 기반이 되는 투시도를 그릴 때 축과 거실이 공간적으로 잘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지니고 그렸기 때문에 같은 구도로 그려도 된다고 생각했다. 2번째는 비교를 하기 위해서 이다. 같은 구도로 그린 후 꼴라주와 비교하면 흥미로울 것이란 생각을 하였다. 완전히 똑같은 구도이지만 표현하는 매체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비교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위 그림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오직 선만을 이용하여 공간감을 표현하고자 했다. 꼴라주의 드로잉과 달라진 점은 내외부의 경계를 보다 뚜렷하게 구분했다는 것이다. 꼴라주에서는 잔디의 유무로 실내와 실외를 구분할 수 있었지만 위의 드로잉에서는 그렇게 하기 어렵기에 창 프레임을 사용하고 창 부분을 푸른색으로 옅게 색칠하여 내외부를 구분하였다. 프레임을 그리긴 했지만, 내외부의 연속성을 나타내고자 프레임을 실제보다 얇게 그렸으며, 공간을 깊이를 더하기 위해 그림자를 표현하였다. 오른쪽 담벼락 부분은 잘 보이진 않지만 흰색 색연필로 거칠게 색칠하였다. 실제로는 조경으로 다른 집과 나의 주택을 구분한다고 해도 결국 다른 사람의 영역과 붙어있는 경계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그림과 다른 질감으로 표현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