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구체화하기' 과제에서 프로그램과 '이용자가 어떻게 공간을 이용할 것인가' 등 건축의 기능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면, 3차 '표현과 소통하기' 과제에서는 내 주택 자체의 형태적인 측면과 공간의 본질적인 부분에 다가가고 싶었다. 그래서 드로잉을 통해 3차원인 주택의 공간을 2차원인 평면에 표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원의 충돌을 추상화하고 싶었다. 인간이 어떻게 차원을 인식하는지, 또 인간이 지각할 수 있는 공간감의 한계가 무엇인지를 드로잉을 통해 표현하고 알아보고자 했다.
표현 방법에 대해 고민하던 중 서적에서 네덜란드 데 슈틸 프로젝트의 개념인 신조형주의에 대해 접하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신조형주의에서는 건축을 평면적인 조형으로 봤으며, 보는 이의 시점에 따라 평면에 다양성이 부여된다고 했다. 따라서 시점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액소노 다이어그램이 표현방식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1층과 2층의 상황을 모두 한 장면에서 보여주고 싶었고, 따라서 주택의 엑소노 다이어그램에서 문과 창문이 차지하는 영역을 보이드로 나타낸 뒤 2층의 슬라브를 제거하여 바로 위 그림처럼 등각 투영된 시점에서 1층과 2층의 벽체가 혼재되어 보이도록 했다.
이후 몇 번의 추상화를 거쳐, 위와 같은 드로잉을 완성했다.
먼저 이 그림에서 가장 잘 부각되는 것은 검정색 선이다. 나는 가장 근본적으로 선이 확장되는 것을 제한하거나 완전한 형태에서 무언가를 제거함으로써 형태가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원래 내 주택도 무한정의 직선에서 시작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주택의 외부선을 연장시켰고, 선의 확장이 제한되어 주택의 형태가 존재하고 있음을 연장선과 주택의 선 사이에 간격을 두어 표현했다. 그리고 연장선의 잘라진 부분은 등각 투영의 시점에서 3차원으로 나타내어 차원의 혼재를 표현했다.
주택 내부의 추상적인 상황을 설명하자면, 먼저 액소노 다이어그램에서 3차원 공간임을 부각시키는 선들을 제거하고 벽이 차지하는 외곽선을 두께가 있는 검정색 선으로 표현하여 3차원의 공간을 평면처럼 보이도록 했지만 실제로 평면상에서 벽이 차지하는 형태는 하얀색으로, 1층의 슬라브는 연한 회색으로 두어 3차원의 공간감을 아예 없애진 않았다.
또한 앞의 추상화 과정에서 2층의 슬라브를 없앰으로써 1층과 2층의 벽체가 혼재된 상황은 문의 보이드를 위해 떨어져 있던 선들만 모두 연결시켜 평면적으로 인식되게 했으며 원래 벽이 가지고 있던 형태를 완전히 없애지 않는 방향 하에 감각적으로 나타냈다.
그리고 이런 부분은 군데군데 색을 넣었다. 실제 건축물에서는 색칠된 부분이 3차원에서 벽체로서 모두 다른 위치에 존재해 공간을 형성할 것이지만 2차원에서는 모두 같은 평면상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강조하기 위해 모두 같은 진한 회색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부분은 진한 회색이 벽의 바깥에 칠해진 건지, 아님 안에 칠해진 건지 알 수 없다.
또한 이렇게 원래는 1층과 2층의 연장선이지만 같은 2차원의 평면상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다. 이렇게 '착시'를 일으키는 부분들은 3차원에 존재하는 실체인 벽이 평면상으로 추상화되어 2차원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추상화되어 2차원과 3차원의 경계가 모호해진 것이 내 드로잉의 특징이며, 이를 통해 앞에서 밝혔듯 인간이 어떻게 차원을 인식하는지, 또 인간이 지각할 수 있는 공간감의 한계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했다.
* 이 글에 쓰인 데 슈틸 관련 사진의 출처 (왼쪽부터 차례대로) -https://design-art.tistory.com/entry/%EB%8D%B0-%EC%8A%A4%ED%8B%B8-De-Stijl-%EC%9A%B4%EB%8F%99-%EC%8B%A0%EC%A1%B0%ED%98%95%EC%A3%BC%EC%9D%98 -https://dizajninterijera2014.blogspot.com/2014/07/history-of-colour-in-design-de-stijl.html -https://go-eat-do.com/2022/12/de-stijl-architecture-art-in-the-netherlands/ -https://www.theartstory.org/movement/de-stij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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