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야마 주택. (Moriyama House, Ryue Nishizawa, 2005) 정감 있는 주택들 사이로 하얀색 상자들이 흩뿌려져 있다. 여기선 거실도, 부엌도, 화장실조차도 하나의 건축물이 된다. 그래서인가, 도면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이 강렬했다. 일반적인 주택의 평면을 일일이 쪼개놓은 듯한 모습. 이를 그대로 수용하는 가구와 사람들. 마치 상식이 쪼개진 듯한 주택에 이끌렸다. 대체 어떤 논리와 사연을 담았길래 이러한 모습을 띠게 되었을까.
모리야마 주택은 매스의 분절에서 시작된다. 커다란 덩어리의 집합주택에서 각 주거 공간을 모두 빼내어 땅에 흩뿌린다. 그 다음 필요에 따라 각 공간을 늘이거나 줄이고, 적절히 배치한다. 여기서 분절의 기준은 크게 두 가지가 된다. 용도와 사용 주체이다.
첫째, 서로 다른 용도를 가진 공간을 각각의 매스로 분절시킨다. 일반적인 주택에서 화장실, 침실, 거실, 부엌 등의 기능을 가진 공간들은 벽으로만 분리된 채 하나의 내부를 공유한다. 반면 모리야마 주택에서는 이들이 각각의 매스로 분리, 발전한다. 연속된 내부로만 이루어진 주거 공간의 사이로 외부가 스며든다. 또한 매스의 거리, 위치에 따라 매스들의 관계성, 외부 공간의 역할과 커뮤니티 활성화 정도가 달라지게 된다.
둘째, 사용 주체에 따라 매스를 구분한다. 모리야마 주택은 건축주인 모리야마 씨와 친구, 임차인이 거주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 일반적인 집합 주택과 다르게, 사용자마다 누리는 공간의 형태와 배치가 다르다. 때로는 사용자가 겹치며, 즉 공용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서로 사용하는 공간의 형태와 높이, 구성이 다르기에 거주자 간의 위계가 줄어든다. 일반적으로 건축주가 가장 많은 공간, 혹은 금전적으로 가장 가치가 높은 공간을 사용함으로써 집합주택에서 거주자 간의 위계가 발생한다. 그러나 모리야마 주택에선 서로가 가지는 공간의 매력이 다르기에. 그 위계가 무너지고 보다 평등한 관계에서 삶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모리야마 주택을 추상화하는 과정에서, '퍼즐'의 개념을 차용했다. '분절'된 요소들이 모여 하나의 '완결'을 이루길 원했다. 해당 주택은 일반적인 건축물에서 하나의 큰 덩어리로 합쳐졌을 요소들을 분절시켰다. 그 요소는 앞서 말한 '용도'와 '사용 주체'가 된다. 하나의 집에선 대체로 각 용도를 지닌 공간들이 하나의 내부를 공유하고, 집합주택에선 각자의 주거 공간이 획일적으로 하나의 큰 매스 안에 나열된다. 그러나 모리야마 주택에선 이들이 서로 분절되며 그 사이로 외부 공간이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대한 경계를 모호하게 만듦으로써 사용자가 어우러지도록 하였다. 그러나 요소가 분절된다고만 해서 훌륭한 것은 아니다. 결국은 그 공간 하나하나가 함께 존재하고 활용되어야만 거주하는 데 부족하지 않고 시너지를 만들어 낸다. 사용자끼리 고립되어서 일부 매스에만 고립되어 있다면, 여기서 의도한 '분절'의 의미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공간이 함께 사용되고 모든 사용자가 공간을 공유할 때, 마침내 하나의 '완결'을 이루며 이 주택의 목적을 이룬다.
퍼즐이 다 모아져 완성되는 그림은 대체로 직사각형과 같은 직관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여러 요소가 모여 하나의 직사각형, 나아가 직육면체를 이루면 이는 하나의 '완결성'을 상징할 수 있다고 믿었다. 매스가 모여 하나의 직육면체를 이루도록 기존 모리야마 주택의 평면을 왜곡했다. 형태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리야마 주택과 퍼즐을 동시에 상징할 수 있는 중간 단계의 매스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첫 스터디 모형은 벽체로 매스의 경계를 표현했고 서로 다른 매스의 높이는 아크릴로 표현했다. 높이는 매스가 쪼개지고 난 후에 생성되었다고 보았다. 즉, 각각의 기능을 가진 공간이 서로 분리된 후에, 각 공간의 필요에 따라 높이가 생성되었다고 믿었다. 따라서 높이는 보다 부가적인 요소로 여겼기에, 퍼즐의 개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투명한 재질의 아크릴을 사용했다.
크리틱을 통해 스터디 모형의 벽체와 아크릴에서 여전히 건물의 개념이 짙게 나타난다고 파악했다. 보다 추상적으로 만들기 위해, 높이를 아예 표현하지 않고 덩어리감을 더욱 강하게 연출하도록 천사점토를 사용하였다. 또한 직각이 과하게 살아있는 매스는 배치하였을 때, 하나의 큰 덩어리에서 떨어져 나갔다는 인상이 약화되었다. 따라서 모서리를 더욱 둥글게 표현하여 조립하였을 때 더욱 하나의 완결된 덩어리로 느껴지도록 하였다. 그러나 완성도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아 최종 모형으로 사용하지 못하였다.
최종 모형은 첫 번째 스터디 모형을 활용했다. 기존의 모형에서 아크릴을 제거하고 상부 면을 덮어 매스의 느낌을 강하게 연출하였다. 또한 바닥에 격자무늬를 추가하였다. 격자무늬, 즉 그리드는 각 요소의 배치에 대해 열린 가능성을 상징한다. 매스들이 몇 칸을 떨어져 있느냐, 어느 좌표에 위치해 있느냐에 따라서 서로 가지는 관계나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커뮤니티의 활성화, 외부 공간의 역할 등이 변화한다. 따라서 그리드는 수치적인 접근보다 매스의 배치에 대한 상징적인 요소로서 받아들이도록 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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