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당의 중심 설계개념은 비움이다. 꼭 채워야 하는 최소한의 공간만을 채우고 나머지는 비워두어 거주자의 삶이 건축물을 채우도록 했다. 이는 곧 중심성의 해체와 연결되어 수백당에는 여러 공간들의 쓸모가 정해져있지 않고 모두 동등한 위계를 가진다. 사는 사람에 따라 다른 쓸모를 가지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중심개념이 가장 잘 표현되는 요소가 각기 다른 높이와 크기의 창이라 생각했다. 보통 창을 낼 때는 동선과 공간의 용도에 따라 그 크기와 위치를 정하기 마련인데, 수백당의 창은 그저 사람들의 행동(앉거나 일어남)에 따라 다른 풍경이 보이도록 한 거싱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기 스터디 모형에서는 수백당의 일부를 프레임으로 제작하고 아크릴로 된 창을 매달아 강조하고자 했다. 그러나 모형을 제작했을 때 의도한 바를 전달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백당에서 또 한가지 눈에 띄었던 요소는 흰 철제 프레임이었다. 추상화를 하는 과정에서 수백당에 실제로 거주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는데, 보이드가 많음에도 아늑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이유가 흰 철제 프레임과 시선이 뻗어나가는걸 막는 몇몇 벽들이라 생각했다. 건물 안의 공간들의 경계는 모호하지만 전체 프레임 자체는 규격화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실제로 지형적 요소로 인해 30X15m로 프레임을 만든 후 건축을 하기도 했고)
최종 모형은 창에 의한 시선의 흐름을 습자지를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시선이 모이는 곳은 빽빽하게, 흩어지는 곳은 느슨하게 습자지를 걸었다. 또한 시선이 교차되는 곳, 단절되는 곳 역시 종이를 자르거나 비워둠으로써 나타냈다 겹쳐서 매다는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매단다는 게 공간을 채운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사이사이로 보이드를 만든다고 볼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수백당의 개념을 표현하기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모형사진 및 다이어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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