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당, 1999 수백당의 핵심개념은 비움이다. 최소한의 필수적인 공간만을 두고 나머지는 비워두어 거주자의 삶이 공간을 채우도록 했다. 수백당은 실내의 방 5개와 실외의 방 7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의 공간은 목적이 정해져 있지 않고 동등한 위계를 가진다. 거주하는 사람에 따라 다른 쓸모를 가지는 유동적 공간이 되는 것이다.
나는 수백당에서 '비움'이 가장 선명하게 표현되는 요소가 각기 다른 높이와 크기의 창이라 생각했다. 보통 창을 낼 때는 동선과 공간의 용도에 따라 그 크기와 위치를 정하기 마련인데, 수백당의 창은 일상 속 행동(앉거나 일어남)에 따라 다른 풍경이 보인다. 창을 표현하고자 초기 스터디 모형에서는 수백당의 일부를 프레임으로 제작하고 아크릴을 창 모양으로 잘라 매달 계획이었다. 하지만 목업을 제작해보니 아크릴만 줄에 매달려 있는 모습은 의도한 바와는 조금 다르게 보일 듯 했다.단순히 투명하단 이유만으로 수백당의 창을 아크릴로 표현하는 것이 맞는지도 의문이었다.
그러한 고민 속에서 눈에 띄었던 요소는 흰 철제 프레임이었다. 추상화 과정에서 수백당에 실제로 거주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는데, 보이드가 많음에도 아늑함이 느껴질 듯 했다. 그 이유는 흰 철제 프레임과 시선이 뻗어나가는걸 막는 벽이 있었기 때문이다. 건물 안의 공간들은 각기 면적도 다르고 경계도 모호하지만 전체 프레임 자체는 30x15m로 규격화 되어있다. 실외로 나오더라도 흰 프레임이 풍경을 담아내는 액자가 되어 위요감을 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최종 모형은 창에 의한 시선의 흐름을 습자지를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창보다는 '창을 통한 시선'에 초점을 맞춰, 시선이 모이는 곳은 빽빽하게, 흩어지는 곳은 느슨하게 습자지를 걸었다. 또한 시선이 교차되는 곳, 단절되는 곳 역시 종이를 자르거나 비워둠으로써 나타냈다. 습자지의 방향도 공간마다 다르게 매달아 빛을 비추었을 때 같은 양의 습자지여도 보여지는 밝기가 다르다. 겹쳐서 매다는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매단다는 게 공간을 채운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사이사이로 보이드를 만든다고 볼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수백당의 개념을 표현하기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 모형사진 및 다이어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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