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정한 브랜드는 노루 페인트이다. 앞선 과제들도 파악한 성수는 이전부터 존재한 공장들과 최근 유입된 젊은 사람들로 인해 굉장히 에너지 넘치고,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곳인데, 이것은 성수의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알 수 있듯 굉장히 과감한 건축 양식과 개성넘치고 알록달록한 색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성수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브랜드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던 중, 노루 페인트가 떠올랐다.
노루 페인트는 최근 연예인 노홍철과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홍철 원더랜드'라는 전시를 진행했는데, 당시 노루 페인트는 자사에 대한 홍보를 일절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노루 페인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자사의 페인트를 통해 고객들이 컬러를 체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루 페인트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여러 전시에 참여하고 있었고, 전시 외에도 MZ세대들에게 친근한 여러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미지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여 왔지만 이러한 회사의 철학 때문에 효과적이지 않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따라서 노루 페인트가 성수에 사옥을 지어 자리 잡으면, 여러 전시나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을 효과적으로 선보일 수 있고 이전과는 다르게 굳이 홍보를 하지 않더라도 노루 페인트의 전시라는 것을 누구나 알게 되기 때문에 홍보나 이미지 개선 면에서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이트 분석에서 집중한 것은 유동 인구, 공장의 분포, 교통 등이다. 사이트에 답사를 가보니 주말과 평일의 사이트 주변 유동 인구가 매우 차이난다는 점이 크게 느껴졌고, 이를 통해 공원과 연계할 수 있는 큰 오픈 스페이스를 두어 여러 전시, 협업, 체험 공간을 조성한다면 평일에는 해당 건물 오피스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휴식 시간에 가볍게 즐기거나, 영감을 받을 수 있고, 주말에는 패널의 메인 사진처럼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위의 생각을 바탕으로 공원과 인접한 방향에 오픈 스페이스를 두고 매스를 계획하기 시작했다. 오픈 스페이스와의 연계, 오피스 공간의 차별적 접근을 고려해 저층부를 카페, 스토어, 상층부를 오피스, LAB실, 가장 윗층을 미술관으로 계획했다. 미술관을 가장 높은 층으로 설정할 경우 층고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고, 천장에서 떨어지는 빛을 사용한 상황을 자유롭게 연출할 수 있고, 두 개의 층으로 계획된 LAB실 중 때문에 한 층 정도는 사람들에게 공개할 수 있는 오픈 LAB실로 공개해도 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LAB실과의 연계를 하기에도 유리해진다.
프로그램이 저층부와 상층부로 구분되기 때문에 매스도 구분하고자 하였고, 저층부의 매스를 먼저 계획했다.
사이트 북측에는 지하철이 다니는 큰 고가도로와 그 아래 차들이 다니는 왕복 6차선 도로, 그 양쪽에 인도가 있다. 이때 차 안의 사람들과 인도의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하면, 가장 가까운 인도에서는 당연히 상층부의 입면 보다는 저층부의 입면 만이 보일 것이고, 차도와 맞은편의 인도에서도 고가도로에 가려 저층부의 입면 만이 보일 것이다. 이는 북측 길거리의 다른 건물도 마찬가지이고, 따라서 주변 건물의 저층부 입면을 참고하여 계획해 잘 녹아들 수 있도록 계획했다. 해당 거리의 입면을 파노라마로 보면, 연무장길 주변의 트렌디한 성수의 이미지와는 달리 아직 옛 것이 많이 남아있는, 낙후된, 공장같은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에 저층부의 매스를 직육면체의 성수의 공장을 닮은 매스로 계획했다.
사이트의 서측에는 북측의 큰 도로에서 연무장길 방면으로 들어오는 도로가 있기 때문에 많은 유동인구가 발생한다. 따라서 서측 입면은 전부 유리로 계획해 내부를 드러내어 내외부의 상호작용을 유도해 방문자의 수를 늘릴 수 있도록 하였다.
상층부의 매스는 직관적으로 브랜드를 나타내도록 페인트통을 연상시키는 매스로 계획했다. 원형 매스의 특성상 다방면으로 Display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에 더블 레이어로 계획해 외피에 페인트를 통해 건물 자체를 전시 수단으로 사용해 성수의 많은 유동인구를 끌어들이고, 레벨을 고려하면 지하철에서도 건물에 대한 관심을 갖게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지면의 레벨에서 볼 때를 고려해 입면이 살짝 기울어지도록 했다.
코어는 직육면체를 관통하고 원통의 밖에 붙어있는 위치로 계획했다. 사이트의 동쪽 면은 건물과 곧바로 맞닿아있기 때문에 코어의 위치를 동쪽으로 정했다.
저층부 매스와 상층부 매스의 구분감을 위해 저층부를 원형 모양으로 뚫고 유리로 덮어 오픈 스페이스와 연결되도록 하였다. 내외부에서 진행되는 여러 전시들을 연결하기도 한다. 코어와 원통이 맞닿는 부분도 얇은 슬릿 창을 내었다.
저층부는 카페, 스토어로 구성된다. 이것들은 여러 방법을 통해 서로서로 연결되기도 한다. 3층은 오피스, 4층, 5층은 LAB실로 구성된다. 노루 페인트의 R&D 팀을 조사해보니, 리서치를 통해 컨설팅, 책자 발간 등의 사무를 담당하는 NSDS 팀과 페인트를 연구하고 신제품을 만들어내는 LAB팀으로 나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3층의 오피스는 NSDS를 위한 공간, 4,5층은 LAB 팀을 위한 공간이다. 저층부의 스토어에서 컨설팅이 자주 필요하기 때문에 3층에 컨설팅 룸을 두었고, 이는 오피스와 연결되어 휴식 공간으로 쓰이기도 한다. 컨설팅 룸으로 가는 길을 통해 루프탑으로도 이동 할 수 있다. 이곳에서도 전시를 관람할 수 있고, 오피스의 사람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리서치를 발표하는 세미나를 위한 세미나룸도 배치하였다. 6층은 노루 페인트가 이때까지 진행해온 전시를 아카이빙하고, 혹은 새로운 전시를 진행할 수도 있고, 브랜드의 히스토리를 전시할 수도 있는 뮤지엄으로 계획했다.
고가도로 아래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고가도로에 가려 상층부의 모습은 일부만 보이고, 공장의 모습을 한 저층부의 매스를 주로 보게 된다. 하나의 작품을 Display하고 있는 상층부 매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고, 서쪽의 오픈된 입면을 통해 상호작용중인 사람들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