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추상화하고자 한 건축물은 니시자와 류에가 설계한 '모리야마 하우스'이다. 모리야마 하우스는 기본적으로 집합 주거로, 흰 사각형 상자가 분산된 듯한 형태이며 단독주택과 중형 아파트로 구성되어 작은 골목이 즐비한 주변 맥락을 그대로 담아놓은 듯한 디자인이다. 처음에는 프로그램들의 배치와 그에 따른 동선 혹은 시선 등을 탐구해보고자 했다. 그러나 니시자와 류에가 직접 작성한 책을 통해 니시자와 류에는 모리야마 하우스를 꼭 주택의 역할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게끔 설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집합 주택으로 시작하고 그 후 한 채 한 채 자신의 영토를 넓히듯이 최종적으로 전부 자택으로 사용하고 싶다는 모리야마씨의 생각을 재미있게 여긴 니시자와 류에는 '다른 방법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력을 환기시키는 건축을 하고싶어졌다고 한다. 이에 나는 모리야마 하우스의 평면도를 보며 느꼈던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추어, 각 볼륨들의 조화로운 배치에 주목했다. 각 볼륨의 크기와 그 사이 조성되는 작은 정원들을 균형있게 배치한 건축가의 미학적 감각을 역으로 탐구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추상화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