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추상화하고자 한 건축물은 니시자와 류에가 설계한 '모리야마 하우스'이다. 모리야마 하우스는 기본적으로 집합 주거로, 흰 사각형 상자가 분산된 듯한 형태이며 단독주택과 중형 아파트로 구성되어 작은 골목이 즐비한 주변 맥락을 그대로 담아놓은 듯한 디자인이다. 처음에는 프로그램들의 배치와 그에 따른 동선 혹은 시선 등을 탐구해보고자 했다. 그러나 니시자와 류에가 직접 작성한 책을 통해 니시자와 류에는 모리야마 하우스를 꼭 주택의 역할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게끔 설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집합 주택으로 시작하고 그 후 한 채 한 채 자신의 영토를 넓히듯이 최종적으로 전부 자택으로 사용하고 싶다는 모리야마씨의 생각을 재미있게 여긴 니시자와 류에는 '다른 방법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력을 환기시키는 건축을 하고싶어졌다고 한다. 이에 나는 모리야마 하우스의 평면도를 보며 느꼈던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추어, 각 볼륨들의 조화로운 배치에 주목했다. 각 볼륨의 크기와 그 사이 조성되는 작은 정원들을 균형있게 배치한 건축가의 미학적 감각을 역으로 탐구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추상화를 진행했다.
모리야마 하우스의 1/100 평면도 위에 롤트레이싱지를 깔고 각 볼륨들의 네 변을 모두 늘려 일종의 그리드를 만들고, 볼륨이 차지하는 영역을 빨간색 색연필로 표시하여 하나의 다이어그램을 그려보았다. 다이어그램을 통해 볼륨 간 간격 사이의 일정한 거리와 이에 대한 규칙을 알 수 있을 거란 나의 기대와 달리, 선 사이의 간격은 모두 일정한 패턴 없이 달라 일정한 규칙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리드 자체는 굉장히 불규칙적이지만 다이어그램을 자세히 관찰한 결과 볼륨들이 2개 이상 맞닿는 선이 여러 개 존재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이 선들이 볼륨들의 크기와 간격을 조화롭게 설계하기 위해 중요하게 설정한 선이라고 보았다. 그러곤 나머지 선은 기본적인 공간의 크기(나중에 프로그램이 바뀌는 경우를 생각하고 설계했다고는 하나, 주인인 모리야마씨의 공간은 다른 공간보다 조금 더 크며, 또한 화장실이라는 하나의 프로그램만 존재하는 볼륨도 있다.)를 설정하는 선이라고 생각했다. 즉 선들의 위계를 나눈 것이다.
2차원인 롤트레이싱지 다이어그램을 3차원 모형으로 발전시킨 것이 이번 과제의 내 최종 결과물이었다. 볼륨들의 높이 또한 일정한 규칙은 없었지만 가장 높은 높이와 가장 낮은 높이를 제외한 볼륨들의 높이는 가장 높은 높이와 낮은 높이의 평균 즈음 되는 높이로 비슷하다는 경향성은 분명히 존재했다. 이 외에도 가장 높은 높이의 볼륨 2가지와 가장 낮은 높이의 볼륨 2가지가 하나의 대각선 위에 존재하는 등, 볼륨들의 크기와 배치에 딱 떨어지는 규칙은 없었지만 분명 경향성은 존재했다. 그렇기에 추상화 모형 또한 명확한 무언가를 정리해서 보여주기 보단, 모리야마 하우스 볼륨들의 크기 및 배치의 경향성을 발견할 수 있는 도구로 제작해보았다. 모리야마 하우스 볼륨들의 크기와 배치에 주목한 것이기 때문에 문과 창문을 제외한 흰색의 육면체를 제작한 뒤 아크릴판과 붉은색 실을 이용해 중요한 위계를 가진 선들을 표현했다. 높이를 어떤 식으로 나타내어야 하는가에 대해 오래 고민했는데, 2차원 다이어그램의 선들을 높이를 조정해 표현하는 방식으로 제작하게 되었다. 옆면에 해당하는 아크릴 판엔 모든 볼륨들의 높이만큼 칼집을 내어 눈높이를 맞추면 볼륨들의 높이를 알 수 있도록 했다. 기본적으로 눈높이를 맞추어야 정확히 파악 가능한 모형이기에 손에 들고 보기 좋도록 1/100 사이즈로 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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