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당은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주택이다. 수백당의 뒤로는 산, 앞으로는 북한강이 흐르고 있다. 마을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마을의 전경과 북한강이 한눈에 보인다. 수백당의 모티브가 된 집은 경상북도에 위치한 “독락당”이다.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거주자 중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집'이라는 세상에, '나'가 들어서는 것이다.
수백당에서도 이 특징이 두드러진다. 수백당은 6개의 천장이 있는 방과, 8개의 천장이 없는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승효상 건축가의 ‘Void’설계와 관련이 있다. 그는 Solid를 먼저 만든 뒤 남는 공간을 Void로 설정하지 않는다. 반대로 대지에서 Void의 형태를 먼저 설계한다. 각 Void는 특정한 목적이 없고, “독락당”에서와 같이 각각 독립된 세계일 뿐이다. 더불어 이 Void 공간을 이어주는 역할은 하나의 긴 축만 담당하고 있다. 각 Void의 쓰임은 거주자가 살아가며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승효상 건축가는 수백당 외관에 백색의 드라이비트를 사용했다. 수백당이 단순한 건축물로 인식되는 것 보다, 시간이 지나며 백색 벽에 자국이 남듯 삶의 형태로 인식되기를 바란 것이다.
(하단에 수백당 사전조사 자료 첨부)
나는 이 건물의 특징을 건물이라는 그릇에 담긴 이용자의 삶이 녹아드는 보이드와, 그것들을 이어주는 기다란 축이라고 정리했다. 이 건물의 각 방에는 그렇다 할 가구들이나 집기들이 거의 없다. 텅 빈 공간만 존재할 뿐이다. 다시 말해 수백당은 이곳에 살아갈 사람들의 삶의 그릇이 뿐이다. 그리고 1층과 2층에는 그릇들을 이어주는 하나의 긴 축이 존재한다.
따라서 나는 이 축을 따라 수백당을 10개의 단면으로 나누었다. 이후에 그 공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삶의 형태를 그려낸 모형을 만들었다. 각 단면 그림에서는 이곳에 녹아들 수 있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후 다이어그램에서도 기다란 축과, 슬라이드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