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택을 나의 선례로 선정한 이유는 '아홉칸 집'이라는 직관적인 이름이 주는 흥미로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주택이 이름처럼 아홉칸으로 나누어진 것이 정직하면서도 단순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실제 집의 사진과 도면을 보니, 아홉칸 집은 단순함 너머에 독특한 매력을 지닌 주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있는 그대로 알기> 아홉칸 집은 네임리스 건축의 나은중, 유소래 건축가가 설계한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단독 주택이다. 에이리 가족의 보금자리로서 2018년에 완공되었다. 이 집은 3.6m*3.6m 크기의 정사각형 9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택 내외부가 모두 콘크리트로 이루어져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바닥, 벽, 천장, 계단, 우물, 싱크대, 세면대 그리고 욕조까지도 모두 거친 현장 콘크리트로 마감되었다는 특징이 있다. 네임리스 건축이 생각하는 좋은 집에 관한 생각 1. 덜 만들어진 집: 너무 완벽한 집은 변화에 대응하기 힘들다. 오히려 덜 만들어진 집이 시간과 흐름에 따라 거주자의 생활을 통해 새롭게 채워질 가능성이 있다. 2. 속과 겉이 다르지 않음: 보통의 집은 뼈대가 완성된 뒤 시각적으로 익숙한 재료나 색상으로 이를 감추는 마감 작업을 한다. 최소의 마감으로 건축의 뼈대를 감추지 않고 그것들이 만들어진 형식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좋다. 이런 식으로 근본을 드러내면 손상 시에도 최소의 개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3. 삶의 영감: 불편해서 빨리 헤어지고 싶은 사람과의 만남과도 같은 집은 좋은 집이 아니다. 평생을 살아가는 집은 사람의 심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도서 참조: 코르뷔지에 넌 오늘도 행복하니, 안그라픽스)
<이슈 도출하기> 현장 타설 시 이루어진 의도된 혹은 의도되지 않은 모든 과정들이 고스란히 콘크리트 표면에 흔적으로 남는다. 또한, 물이 사용되는 화장실과 부엌을 제외한 나머지 방들은 '의도 없는 공간'이다. →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낸 근본 나는 아홉칸 집을 조사하기 전에, 그 집에는 문이 되게 많을 것이고 미로 같은 느낌이 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충분히 개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모호한 벽체가 작은 아홉칸의 정사각형 공간을 따로따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넓은 큰 공간으로 인식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모든 방에 창을 두어 자연환경을 내부로 그대로 끌어들여 주택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흐트러뜨리려고 했다. → 모호한 벽체 그리고 동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전시된 아홉칸 집 모형) 집에 정해진 동선이 없다. 따라서 균질한 위계를 가진다.
(아홉칸 집의 벽체를 임의로 조작한 모형) 집에 동선이 생기게 된다. 또한, 위계가 균질하지 않다.
나의 추상화 컨셉은 '아홉칸 집의 균질한 위계를 계획적으로 조작해보자'이다. 나는 아홉칸 집이 덜어냄으로써 균질한 위계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였고 덜어내기 전의 무한한 상태를 상상하면서 작업해보았다. 그 상태가 바로 이 3*3*3의 큐브 형태이다.
계획적인 위계를 주기 위해 칸의 레벨을 3개의 층으로 달리했다. 층이 생김에 따라 자연스럽게 공간의 접근성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위계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 모형은 비유하자면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것과 같은 형상이다. 즉, 모형을 펼치면 각각의 칸을 선형으로 나열할 수 있다. 자유로운 동선의 아홉칸 집과 달리 직선적인 동선을 만듦으로써 제일 위의 칸이 한옥의 안방과 같은 높은 위계를 가지도록 했다. 이렇게 위계를 조작하다보니 방의 역할을 정할 수 있었고 그것을 칸의 색깔을 달리 하고 가구를 넣음으로써 표현해보았다.
(오른쪽 다이어그램의 화살표가 동선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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