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빌리온이라는 목적을 두고 생각해보았을 때, 가장 추구하고 싶었던 것은 조형물과 건축물의 중간 지점을 찾는 것이었다. 조형물이라는 첫 인상에 건축물의 기능성이 더해졌을 때 사람들에게 '기억의 잔상'을 선물할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직접 사이트 현장에 가보았을 때 외부와의 단절감과 화단 및 새소리 등이 주는 자연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사이트의 분위기에 어울릴 수 있는 파빌리온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 본 결과는, 하나의 큰 덩어리로서의 완결된 형태보다 서로 다른 형태의 유닛들이 연결성을 가지고 배열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고민을 지난 반복과 패턴 과제의 단위체에 접목해보았을 때, '주름'이라는 키워드에서 '오므리는' 행위가 가능함을 발견했다. 더 나아가 사람이라면 어떤 공간에 있고 싶을지를 고민하다 어딘가로부터 보호받는 또는 감싸 안아져 있는 공간이 아닐까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를 발전시켜 오므리는 정도에 차이를 두어 둥근 형태의 다양성을 추구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단위체의 일부를 잘라내어 폐쇄적인 느낌을 덜어내고자 하였다.
이러한 형태의 다양성은 오므리는 행위라는 공통점에서 출발하여 그 정도의 차이에서, 사용자로 하여금 다양한 공간감을 제공할 수 있다. 이 4가지 모듈의 돌출된 외부 디자인은 자칫하면 사용자의 눈높이 관점에서 상당한 위협감이나 불안감을 줄 수 있으나, 정반대의 관점에서는 어느 한 쪽이 돌출되면 그 반대쪽은 오목하게 들어가 있는 원리에 착안하여, 내부 공간은 외부 디자인과 달리 볼록 들어가 있어서 오히려 부드러운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4가지 모듈을 배열하는 단계에서는 사이트와의 관계성을 고려했다. 이 파빌리온에 접근하기까지의 루트는 나동의 식당 출입구, 다동의 1층 출입구, 외부와 연결되는 길로 총 3가지가 있는데 이 모든 동선의 사람들에게 높은 접근성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어느 방향에서 오든 최소한 하나의 열린 공간이 있도록 연출하여 내부 공간으로의 발걸음을 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