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빌리온이란 감상과 체험이 동시에 일어나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주어진 사이트의 12*12m라는 규격에 있어서 인간에게 시각적인 흥미를 주면서 파빌리온에 가까이 다가서서 안과 밖이 있다면 그 안까지 들어갈 수 있게 하는 체험을 넣고 싶었다.
반복과 패턴 과제에서 만들어낸 단위체는 그 자체의 특징보다는 연결되는 과정과 그로 인한 특징이 돋보였다. 같은 방향으로 선을 이어붙이고 옆으로는 모서리끼리 이어붙여서 부피를 키웠는데, 이러한 선과 모서리의 연결은 면의 연결과 다르게 고정되어 있지 않고 움직인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러한 고정적이지 않다는 특징을 살리면서 어떻게 파빌리온 형태로 만들지가 큰 고민이었다. 주어진 사이트 안에 들어가도록 고정시켜야 하기 때문이었다.
파빌리온을 디자인하기에 앞서 먼저 앞의 과제에서의 단위체를 다른 관정을 가지고 바라보기를 시도했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부분을 찾기 위해서였다. 단위체의 기본적인 형태를 프레임으로 형상화했다. 이 과정에서 굳이 없어도 되는 부분을 덜어내고 단위체를 단순화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미 단순화시킨 단위체를 여러 개 연결하여 다시 복잡성을 갖게 하기 보다는 이 단순함을 파빌리온 형태에도 적용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을 내렸다. 세 개의 단위체만을 한 방향으로 선과 선을 연결하여 한 유닛을 만들었다. 이 역시 면끼리 고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동성을 가진다. 어느 정도 구부리는지와 어느 부분을 바닥에 고정시킬지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파빌리온을 형성할 수 있다.
아래 사진에서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살펴보면,
첫 번째 모형은 프레임끼리 만날 정도로 완전히 구부리고, 선 부분을 땅에 고정시킨 파빌리온이다.
두 번째 모형은 첫 번째 모형과 같은 정도로 구부리나 눕히지 않고 세우는 방법으로 모서리를 땅에 고정시킨 파빌리온이다.
세 번째 모형은 완전히 구부리지 않고, 구부려 만날 수 있는 프레임 사이에 틈을 주고, 세 개의 선과 면을 땅에 고정시킨 파빌리온이다.
파빌리온의 스케일을 정할 때 고려한 점은 인간이다. 인간이 이 파빌리온을 어느 시점에서 보는지, 그리고 어디까지 가까이 할 수 있는지를 고려했다. 처음 파빌리온을 생각할 때 감상과 체험의 공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프레임에서 추가적인 시각적 요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이 파빌리온에 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존 프레임으로만 구성되어있던 파빌리온 일부를 면으로 채웠다. 일부 면을 채움으로써 완전히 닫혀있지도 않고 완전히 열려있지도 않은 느낌을 줬다. 또한 인간이 이곳에 위치할 때 면으로 인한 그늘이 존재할 수 있게 하고, 면이 프레임을 타고 이어지는 느낌을 주게 채웠다.
또한 공중에 있는 부분의 가장 낮은 곳의 높이를 2m이상으로 하여 사람이 파빌리온을 통과할 수 있게 스케일을 조정했다.모형으로 단순해보이나 실제 크기로 생각했을 때 5.4m의 높이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빛이 들어섰을 때 면과 선으로 지는 그림자들이 직선적으로 뻗쳐있어 거기서 오는 파빌리온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파빌리온 형태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다양하게 나타나는 파빌리온의 형태 중 어느 형태가 주어진 사이트에 적합할지 생각했다. 사이트는 이미 12*12 규격의 잔디가 깔려져 있기 때문에 이보다는 더 역동적인 느낌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식당 앞에 놓여진다는 점과 이미 세워진 건물 위에 놓인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너무 높아지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면이 땅에 고정되는 것보다 선이 땅에 고정되고, 적당한 높이를 가지면서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는 형태를 파빌리온으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