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과제의 시작 지점에서 나는 반복과 패턴의 유닛과 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 보다 조금 변형하여 파빌리온을 구성하고자 했다. 그래서 먼저 유닛을 변형하는 과정을 거쳤다. 반복과 패턴에서는 한 유닛을 만들기 위해 일정하게 종이를 접어 형태를 구성했다면, 이번 파빌리온 과제에서는 스티로폼 덩어리를 열선으로 깎아 나가며 유닛을 만들었다. 유닛을 바꾸는 과정에서 항상 염두 했던 것은 반복과 패턴의 과제와 너무 동떨어지지 않게 유닛 형상을 구성하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이전 유닛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위쪽의 삼각형이었는데, 이를 스티로폼 덩어리에서도 조금씩 보이도록 노력했다. 아래 사진을 보면 기둥들 사이에 이전 유닛이 숨어있는데, 얼핏 보면 찾기 힘든 정도로 형태를 구성했다. 이렇게 스티로폼을 깎아서 형태를 만들다 보니 암석이 바람과 물에 풍화 침식되는 자연 현상이 떠올랐고, 이 기둥 하나하나가 돌기둥이라고 지정했다.
이전 1차 과제에서는 일정한 유닛들과 변화하는 표면으로 전체적인 형상을 만들어 갔다면, 이번 과제에서는 일정하고 규칙적인 표면에 조금씩 다른 유닛들을 배열해 파빌리온의 형태를 구성하고자 노력했다. 4X4 배열의 일정한 간격을 이루고 있는 그리드에 비슷비슷한 단위체를 배열했다. 또한 왼쪽 아래의 가장 작은 유닛에서 시작해 점착 큰 유닛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사람이 파빌리온을 통과하며 점점 기둥으로 둘러싸이는 시퀀스를 유도했다.
파빌리온의 위요감 컨셉은 여수에 위치한 향일암에서, 향일암 사찰로 올라가는 산길에서 큰 바위들을 지나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이때 느껴지는 위요감을 추구하고자 했다. 또한 요르단에 위치한 페트라로 들어가는 시크 협곡의 그것과도 유사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 그러한 위요감을 사람들이 느끼기 위해서는 파빌리온 안쪽으로 들어갈 만한 어떠한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 유인책으로 원래 기둥이 있던 11번 자리의 기둥을 뽑아내고, 그 기둥이 박혀있던 모습을 상상해 연못을 만들어 냈다. 이 연못을 통해 물에 비친 돌기둥의 모습도 기대해 보았다.
이 파빌리온이 사이트 어디에 위치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다. 가장 높은 기둥이 높이가 4미터가 넘기 때문에 백주년 기념관과 파빌리온 간의 거리가 너무 가까우면 자칫 공간 자체가 답답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각 동에서 어느정도 떨어진 위치인 북서쪽에 치우쳐 파빌리온을 배치했다. 또한 파빌리온이 45도 정도 돌아간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직교 시스템 위에 존재하는 건물과, 직교 그리드로 구성된 파빌리온이 직교상에서 만난다면 이 파빌리온의 존재감이 약화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건물과 비교해 45도 정도 돌아간 형태로 배치해 파빌리온이 이 사이트에서 돋보일 수 있도록 의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