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파빌리온 도면을 그리기 전에 VR 체험을 통해서 파빌리온을 보았다. 보고 나서 가장 먼저 공간과 공간이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입구와 출구가 따로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돌아보게 되어 공간과 공간이 서로 이어져 있다고 느껴졌다. 또한, 커다란 창문이 외부의 자연환경과 연못을 볼 수 있어서 내부 공간들끼리만 연결된 것이 아닌 외부와도 연결돼 있다고 느꼈다. 이렇게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의 전체적인 구조를 본 후에는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눈에 들어왔다. 연결된 듯한 전체적인 형태와는 반대로 재료는 다양하고 각각의 특성이 뚜렷하게 보였다. 회반죽으로 마감한 콘크리트, 크롬 도금을 한 강철주, 초록색의 대리석, 황갈색의 대리석, 초록 색깔의 유리, 투명한 유리 등 각각 다른 질감과 색깔을 가진 재료를 활용하였다.1) 이렇게 만들어진 벽, 기둥, 바닥, 천장은 통일성이 느껴지지 않고 서로 완전히 다른 느낌을 들게 하였다.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 요소들이 한 공간을 구성하고 있으니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각각의 개성이 뚜렷한 재료들을 활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공간이 되도록 만들어진 것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의 실제 모습을 보고 도면을 보니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면만 봤을 때는 벽이 존재하는 이유가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사진을 보고 난 후 벽이 전체적으로 연결된 듯한 파빌리온 속에서도 서로 다른 각각의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역할처럼 보였다. 벽의 역할을 알게 된 다음으로는 기둥은 왜 있는 것인지 의문점이 생겼다. 처음에는 당연하게 미적인 이유에서만 만들어졌다고 생각했지만, 기둥이 하중을 전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조적인 이유에서 기둥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빛을 반사하는 십자가 모양으로 만들어 미적으로도 아름다워 보일 수 있도록 만든 점이 인상 깊었다. 빛이 반사되어 변하는 공간이 사람들에게는 계속 새롭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도 기억에 남는다.2) 전체적으로는 간결하고 절제되어 있지만, 벽을 통해서 다른 공간을 만나게 되고 기둥에 반사되는 빛을 통해서 계속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되는 점이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했다고 생각했다.
1:1 작업을 하면서 실제 크기의 파빌리온을 상상해보았다. 실제 크기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커서 놀랐었다. 절제된 모양의 커다란 벽과 창문으로 이루어진 파빌리온을 실제로 본다면 내부는 어떤 모습일지 호기심이 생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재료와 연결되는 듯한 공간, 빛을 활용한 내부를 보면 시간에 따라 다르게 변하는 공간에 대해서 기대하고 공간에 계속 머물고 싶게 느껴질 것 같다. 미스는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을 통해서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 매력적인 건축이라는 것을 전달하려고 했다.3) 화려한 장식을 통해서 바로 눈길을 끄는 건축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계속 상상을 하게 만들고 머물고 싶게 만드는 건축 또한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즘 세대는 SNS가 발전되어 있어 많은 게시물 사이에서 눈에 띌 수 있도록 과한 화려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시대에 따라 건축의 형태가 바뀌는 것이 당연하지만 사진을 찍기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닌 단순하더라도 계속 머물고 싶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을 통해서 미스의 철학인 “Less is more”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미래의 내가 건축가가 된다면 무조건적인 화려함이 아닌 간결함과 그 속에 숨겨져 있는 디테일을 통해서 아름다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참고문헌
1) 조승구, 이병욱, 미스의 건축에서 재현된 꼴라쥬의 개념 –바르셀로나 파빌리온과 투겐타트를 중심으로-, 제16권, 2005, pp. 50
2) 양재혁,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의 구축적 공간 특성에 관한 연구, 2002, 33호, pp. 23-24
3) 조승구, 이병욱, 미스의 건축에서 재현된 꼴라쥬의 개념 –바르셀로나 파빌리온과 투겐타트를 중심으로-, 제16권, 2005, pp.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