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면을 이해하는 과정 도면을 배우기 전엔 무수한 정보가 담겨있으나 읽어낼 수 없는 도면이라는 존재가 너무 복잡해보였고 ‘내가 이걸 그리고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까지 더해져 두렵기까지 했다. 이러한 감정은 도면을 직접 그려보기 전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도면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들었음에도 막상 그리려니 도면의 종류, 스케일자 사용법, 도면에 적힌 숫자가 의미하는 바 등 헷갈리고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쉬이 그릴 엄두를 내지 않았다. 그러나 교수님께 질문을 드려 궁금한 점을 해결하고, 추가적으로 교수님이 알려주신 제도판 사용법과 도면에서의 위계의 개념을 익히니 서툴지만 도면을 그려나갈 수 있었다.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어려운 점이 분명 있었다. 가장 어려웠던 것 두 가지를 꼽자면 단위의 변환과 위계 표현이었다. 도면에선 단위를 mm로 표현하는데 스케일자는 단위가 m로 기재되어 있어 변환이 필요한데, 이 과정이 간단하다면 간단하지만 소수점 자리 하나만 실수해도 값이 확 달라지니 괜히 복잡하게 느껴졌다. 실제로 축선을 그리는 과정에서 실수해 거의 다 그린 도면을 다시 그리기도 했다. 또한 도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계라는 교수님의 말씀을 도면 그리는 내내 곱씹으며 표현하고자 했지만 의도만큼 진하게 그려지지도, 얇게 그려지지도 않았다. 일정하게 의도한 두께로 선을 그리는 것 또한 어려웠다.
그러한 실수와 우여곡절을 극복해나가며 도면을 그려나갔고, 그 과정은 생각보다 즐겁게 다가오기도 했다. 마냥 두려워했던 도면이란 존재를 내가 그리고 있다는 생경함 때문이기도 했고, 그 도면이 다름아닌 미스 반 데어 로에의 파빌리온이라는 점 또한 그랬다.
미스 반 데어 로에에 대해선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Less is more.” “God is in the detail.” 등의 경구를 남겼으며 우리가 현재 흔히 볼 수 있는 빌딩 스타일의 원형을 제시한 근대 건축의 거장. 대단한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의 건축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잘 몰랐는데, 이번에 그의 파빌리온 도면을 그리며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다. 외부와 내부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내부 공간들의 경계도 모호하다. 하나의 공간이 완결되는가 하면 한쪽이 열러 다음 공간으로 이동한다. 최소의 벽체만으로 여러 형태의 공간을 만들고 연속적인 이동으로 다양한 체험을 유도한다.1) 도면을 그리며 어떻게 이런 공간을 구상할 생각을 했을까 하며 계속 감탄했다. 불필요한 것을 모두 덜어내니 복잡하지 않은데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지도 않는다. 괜히 거장으로 불리는 게 아님을 도면을 그리며 이해했다.
손도면을 완성한 후 이어진 모형 작업과 1:1 도면 작업을 통해서는 도면을 더욱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모형을 통해서는 도면에서 표현한 것이 무엇을 나타내는지를, 1:1 도면을 그리는 과정에선 도면에서 그은 선 하나가 현장에선 어느 정도의 의미를 가지는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건축 도면의 이해와 작도'라는 과제를 통해 왜 손도면을 그려보고 모형을 만들어보는 것을 강조하는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으며, 개인적으로도 도면에 대한 불안함과 걱정을 많이 덜고 건축에 대한 자신감을 어느 정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1) 중앙일보, 김봉렬, [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적을수록 아름답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사진출처: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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