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면을 읽는 것도 서툴고, 그리는 방법도 몰랐으며, 스케일자를 사용할 줄도 모르던 내가 도면을 읽고 그리는 방법을 배우고, 한 건축물의 역사적 배경과 공간적 지식을 온 몸으로 배울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 된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을 향한 건축학도가 되는 첫 여행을 글에 담아보고자 이 에세이를 쓰게 되었다.
먼저 4주간의 여행을 함께한 목적지인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은 미스 반 데 로에 (Mies van der Rohe)의 작품으로 그는 그로우피스, 르 코르뷔지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함께 근대 건축의 거장이라고 불리우며 국제 건축과 기능주의 건축의 아버지로 알려져있다.3)
그중 그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바르셀로나 파빌리온(The Barcelona Pavilion)은 1929년 바르셀로나 만국박람회에서 독일관으로 선보인 전시관으로서 현대 모더니즘 건축의 기준이 된 건축물이다.
이 건축물 속에는 화려하거나 거추장스러운 장식품보다는 간결하게 기둥과 벽만이 드러난다는 점이 잘 보이는데,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은 8개의 가는 십자기둥이 넓은 지붕을 띄우고 있고, 그 아래로 독립적인 7개의 벽체가 세워져있다. 이러한 간결함 속에서 미스가 디테일하게 설계를 하여 돋보이는 요소들이 있다. 먼저 바닥과 벽면에 대리석을 사용한 점이다. 바닥과 벽체에는 로만트래버틴 대리석, 내벽에는 오닉스 대리석, 외벽에는 티니안이라는 대리석이 사용되면서 간결하지만 우아하고, 아름답다는 인상을 불러일으킨다. 그다음으로는 바로 얕은 연못이다. 이 얕은 연못은 대리석을 거울처럼 반사시키면서 공간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연못에 있는 조각상은 게오르그 콜베의 <새벽>이라는 조각상인데, 이는 고매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건축물의 예술적 미를 한 층 더 높여 준다.1)2)사진:https://miesbcn.com)
이렇게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중요한 건축물인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의 설계도면을 먼저 그리기 시작 할 때에는 도면을 읽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교수님의 초코파이를 통해 평면도, 단면도, 배치도에 대한 기초적이고 핵심적인 내용들을 배우고 간단히 그려 볼 수도 있었다. 도면을 그릴 때에는 선들의 위계에 집중해 그려나갔었는데, 선의 종류와 위계에 따라 다른 공간이 되어버리기도 하고, 다른 재료가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
1/100 도면 그리기를 통해 도면과 친근해지고, 건축물의 단면적이고 평면적인 부분들을 이해한 뒤에는 설계반 팀원들과 1/100으로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모형을 제작하게 되었다. 도면을 그리는 것은 개인적으로 진행했지만 모형을 제작하는 것은 함께 분업하여 작은 모형이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여 차츰 완성되는 과정을 통해 건축에서의 협동이란 단어가 정말 매력적이란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2주간 1/100 도면 그리기와 모형제작을 통해 단면과 입체적인 구조적 이해를 마친 뒤에는 1/1로 강당에 가서 도면을 그리면서 1/100, 1/200을 통해서는 실감할 수 없었던 스케일감을 실감할 수 있게 되었다.
먼저 천을 판판하게 펴서 도면을 그릴 도화지를 만든 후 중심점을 찾아서 우리가 그릴 도화지의 크기를 측정하여 도면을 그릴 범위를 설정한 후 도면의 축선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1/1로 도면을 그리는 것도 1/100 도면과 마찬가지로 선의 위계가 매우 중요했기에 4가지의 사이즈의 테이프를 사용해 선의 위계가 드러나게 하였으며, 선을 그리는 순서 또한 1/100 도면과 동일하게 축선을 그린 후 벽체와 유리벽, 그리고 유리문을 순서대로 그려나갔고 나머지 계단과 기둥, 타일 등을 표현하면서 거대한 건축물의 공간감을 느껴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과 미스 반 데 로에에 대해서 예전에 책을 통해서 기본적인 지식을 얻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단순히 역사적으로 모더니즘을 대표하기에 유명하고, 공간 자체가 매우 간결하고, 정적이며, 차가운 느낌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서는 단지 그러한 감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비대칭적인 구조가 주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고 정적인 공간이 아닌 흐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작은 평면 도화지에 그려졌던 도면이
평면 위에 올려진 작은 모형으로 바뀌고
거대한 도면으로서 스케일감을 주는 점에서 압도감과 짜릿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에 대한 글자로된 지식으로부터 선과 점으로 채워진 도면을 지나 직접 손으로 제작해본 1/100 사이즈의 모형을 거치고 1/1 도면을 직접 그려보기까지 한 이번 여행을 통해 단지 모더니즘의 대표적 건축물인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이 아닌 그보다 내게, 그리고 함께 했던 동기들에게 더욱 각별한 의미를 가지는 건축물이 생긴 것만 같아서 너무나 설렌다.
1)[중앙일보, 김봉렬, 적을수록 아름답다 •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351106?sid=110]
2)[김홍철, 건축의 탄생, 2019, 64-67]
3)[진경돈, 서양 현대 건축사, 2000, 2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