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은 바르셀로나 박람회의 개최 기념식을 거행하는 단층의 건물로, 1929년 2월에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설계했으며, 1930년 1월에 철거되었다. 그 후 몇 장 남지않은 도면과 사진들을 통해 후대 건축가들이 새로 건설했다. 이처럼 짧은 기간 동안에 임시적으로 건립된 건물을 대상으로 수많은 비평가들과 건축가들이 논의를 거듭하는 것은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이 건축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음을 뜻한다.
“문화적 진화란 매일 사용하는 물건들이 무의미한 장식에서 해방되는 것” 이라던 미스 반 데어 로에의 건축 철학은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을 통해 실현되었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은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투명하고 순수한 공간으로 설명할 수 있다. 수직과 수평, 그리고 그리드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재료들에 깊은 관심을 보인 그는 유리의 투명감과 반사적 특성을 바탕으로 건축의 외면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미스가 과거의 건축양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했던 것은 당시 시대 상황과 맞닿아있다. 그가 겪은 1차 세계대전은 고전적이고 복고적인 건축양식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재료와 공법을 연구하여 받아들이도록 하였다. 대지 위에 철골 구조만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투명함과, 주변을 반사하여 새로운 물질감을 나타내는 유리면은 기존의 건축물들과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정수가 담긴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은 8개의 가는 크롬 십자형 기둥 위에 하얀 지붕이 띄워져있는 형태이다. 미스의 건축은 하중 지지체로서의 기둥과 단순한 외피로서 공간을 한정하는 기능을 갖는 벽체를 구분했다. 이를 통해 벽은 지붕의 무게로부터 벗어나 하나의 열린 공간을 조형한다. 아무런 제약 없이 비대칭적으로 배치된 벽들은 닫힌 부분 없이 상호 연결되어 부분에서 부분으로 이동하다, 최종적으로 외부공간과 융합되는 일련의 흐름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전시의 역할이 뚜렷하게 드러나야 했기에 벽은 방문객들이 직선으로 인도되는 것이 아니라 벽으로 공간을 만들어 방문객들에게 움직임을 지시한 것이다.
“Less is more.” 미스의 건축 철학이 가장 잘 담겼다고도 할 수 있는 말이다. 손 도면을 그리며 얇은 여덟 개의 기둥을 사용해 최대한 무게를 분산시키고, 빛이 들어오는 통로를 만들어 내부를 밝히는 등 그가 얼마나 단순함을 강조한 건축 철학을 가졌는지 알 수 있었다. 미학적으로 미스의 방식은 굉장히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사용 중인 휘경동 어린이 도서관의 일대일 도면을 보고 난 후, 실제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유리를 주 건축재로 사용한 그의 건축방식은 뛰어난 개방성과 주변 대지의 풍경을 잘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이후 그가 설계한 판스워스 하우스에서 사생활 보호, 추위와 더위 등의 문제점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를 보며 건축은 과연 예술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반추해 보았다. 분명 건축과 예술은 명백히 다른 분야이나, ‘건축은 예술’ 이라는 표현은 크게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는다. 건축 내부의 조각이나 그림 등 장식적인 요소를 제외하고서도 건축물은 그 존재 자체로 심미적 기능을 한다. 정교하게 떨어지는 비율과, 수학적 아름다움이 숨겨진 결과물들, 참여자에게 미감을 준다는 점까지 예술과 건축은 닮은 부분이 많다. 그래서 나는 예술과 건축의 경계선은 결과 그 이후에 있다고 생각한다. 건축은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 안전성을 시작해서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주변 대지와의 상호작용 이를테면 날씨와 온도, 습도 등 이후의 것들에 힘써야 한다. 결국 누군가를 위한 건축을 한다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이다. 회화와 달리 생각을 드러내기엔 사용자나 의뢰인이 먼저일 수밖에 없다. 미스도 분명 이들을 고려한 건축을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그는 미적인 부분을 더 신경 쓴 것이다. 복합적으로 건축은 따져야 할 점이 많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부분을 벗어날 수 없다. 건축은 예술이냐는 물음에 아직 분명하게 답하지 못하겠다. 건축에도 분명히 예술은 자리한다. 현실적인 문제들에 의해 발현되지 못한 상상들까지도 예술의 영역에 닿아있으니 말이다. 누구를 위해 어떠한 건축을 해야하느냐는 졸업 후에도 계속 고민해야 되는 문제인 것 같다.
---------------------------------------------------------------------------
참고
이미지 1,2,3 –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공식 홈페이지
[논문] 바로셀로나 파빌리온의 구축적 공간 특성에 관한 연구 -양재혁
[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적을수록 아름답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Neumeyer, Fritz, Mies van der Rohe :das kunstlose Wort : Gedanken zur Baukunst, 동녘, 2009, pp.340-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