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과제2 <공간 형태와 표현 매체>에서 도면을 그리게 된 바르셀로나 파빌리온(Mies van der Rohe)은 바르셀로나 박람회의 개최 기념식을 거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1929년 5월에 건립되었다가 1930년 1월에 철거되었으며, 50년이 훌쩍 넘은 1986년도에 새로 건설되었다. 다시 건설될 당시 남아있는 도면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바르셀로나 파빌리언에 대한 논의는 끊이지 않았다. 이후 바르셀로나 파빌리언은 모더니즘을 상징하는 건축물로서 건축사의 새로운 장을 열고, 근대 건축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처음 축척 1/200 캐드프린팅도면을 손으로 축척 1/100 평면도, 배치도, 단면도로 그리라는 과제를 받았을 때엔 별다른 걱정이나 고민을 하지 않았다. 책과 인터넷, 그리고 건설공학관을 오가며 스치듯 보았던 선배들의 도면에 비해 받은 캐드프린팅도면이 단순해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은 건축가인 미스의 대표적인 사상인 ‘Less is More’에 맞게 건물의 외벽을 제외하고는 7개의 벽, 8개의 기둥 그리고 평평한 지붕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VR 체험과 사진으로 본 건축물, 실제로 도면을 그리는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다. 도면의 선과 도형은 VR로 본 순간 각기 다른 재료로 된 바닥과 벽, 천장이 되었고 도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작위로 겹쳐져 있던 것만 같은 선들이 각기 다른 위계를 가지고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도면을 평면도, 단면도, 배치도 순으로 그렸는데 평면도를 그릴 때는 선들의 두께가 구분하기 위함만이 목적이라 생각했으나, 이후 단면도와 배치도를 차례로 그리며 선들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선의 종류, 두께에 따라 전혀 다른 공간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 점선의 간격까지도 도면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선에 대한 생각은 1:1 작도를 하며 더 명확해졌다. 종이에 자를 대고 3초 만에 긋는 선과 달리 1:1 작도 시간에는 팀원과 협동하며 오랜 시간을 들여 선 하나를 테이프로 붙여야 했다. A2 사이즈의 종이와는 달리 강당 바닥을 가득채운 천에는 아주 작은 실수도 큰 오차가 되었다. 1/100 도면을 그리고 모형을 만들때보다 배로 드는 시간을 겪으며 도면이 가지는 무게와 그것을 체감하고 읽어내는 능력, 그리고 읽어낸 것을 남들에게 이해시키는 능력의 필요성을 느꼈다.
1:1 작도가 끝난 후에는 실제 건축물에 사용되는 자재들을 보는 시간을 가졌다. 매우 두껍고 묵직한 대리석들과 창문을 보며 새삼 내가 건축학을 배우고 있음을 실감했다. 내가 지금까지 그린 1:1 도면이 실제크기임을 다시 한번 깨닫기도 했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의 벽들은 대리석 조각을 섬세하게 조합하여 하나의 대리석 면처럼 보이게 하였고, 천장 또한 회반죽으로 처리함으로서 보통의 지붕보다 가벼운 이미지를 주려했다. 또, 천장을 제외한 모든 재료가 반사 성질을 띄어 연결성을 가진다. 이러한 부분들은 다양한 스케일의 도면, 모형, 사진을 보아도 인지하기 힘들며, 직접 그 공간을 가봐야 느낄 수 있는 점들이다. 난 그것이 건축이 예술 분야에서 가지는 차별성이라 생각했다. 이번 과제를 통해 팀원들과의 협동, 도면의 중요성 등 다양한 것들을 배울 수 있었지만, 가장 크게 얻어가는 것은 내가 건축을 배우고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건축물의 거대한 스케일과 그 속에 들어있는 디테일을 앞으로 계속해서 의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재혁,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의 구축적 공간 특성에 관한 연구』, 한국실내디자인학회, 2002, 19-23
공윤경, 『바르셀로나 건축과 도시정체성에 관한 연구』, 한국사진지리학회, 2022, 80-82
매일경제, 효효, 건축학도들의 성지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사진출처 https://miesbc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