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파빌리온(Barcelona Pavilion)은 1928년 7월부터 1929년 2월에 걸쳐 설계되었으며, 1929년 5월에 건립되었다가 1930년 1월에 철거되었다. 그 후 1986년에 남아있는 도면과 사진들을 참조하여 새로 건설하였다. 임시로 지어진 이 파빌리온이 다시 세워진 이유는 그 자체로 근대 건축의 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관점과 접근 방식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에는 다양한 실험적 시도들과 대립적이고 모순적인 디자인 원리가 담겨있다. (사진 출처 : https://next-archi.tistory.com/64)
본격적으로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에 담겨있는 미스의 디자인 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는 나는 이 파빌리온에서 ‘벽’의 역할에 주목하게 되었다. 미스 반 데 로에가 벽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벽이 건축에서 갖고 있는 본질적인 역할에서 찾을 수 있었다. 벽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폐쇄성’이라는 단어가 머리에 맴돈다. 일반적으로는 공간을 기능적으로 구분하기 위해 벽을 세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스는 벽으로 공간을 ‘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열어두는’ 것을 시도했다. 폐쇄적인 재료로 개방적인 공간을 추구한 것이다. 이렇게 벽이라는 본질적인 요소만으로 내부공간을 디자인했다는 것에 큰 인상을 느끼고 이 파빌리온의 디자인 원리에 대해 자세히 분석해보고자 했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의 건축적 요소를 분석하기 위해 시도한 첫 번째 방법은 축척 1/200의 캐드 프린팅된 평면도를 트레이싱지를 사용하여 요소별로 나누어 그려보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는 도면을 그릴 때 어떤 요소를 우선적으로 그려나가야 할지 설계도면 요소의 위계를 알 수 있었다. 또한, 선의 두께와 스타일의 차별화를 통해 건축주의 이해를 돕는 건축가의 임무를 느낄 수 있었다. 다음 단계로는 축척 1/100의 평면도, 배치도, 단면도를 손으로 제도하였다. 공간의 구분과 형태를 가장 잘 나타내는 평면도부터 시작하여 도면을 그릴 때 어떤 선을 강조해야 하는지 몸으로 익히는 경험이었다. 평면도는 공간의 구조를 한눈에 보여주는 도면이라면 배치도는 건축물과 그 주변 환경이 어떻게 어우러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도면으로써 건축물울 지을 때 대지와 환경적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건축가의 역량을 배울 수 있었다. 단면도를 그리는 과정에서는 평면도와 배치도에서는 볼 수 없었던 ground level과 기초설계 요소들을 표현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1/100 모형을 제작하는 단계에서는 도면과 재료의 이해가 필연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했다. 도면을 보고 건축물로 실현된 모습을 떠올리는 능력은 건축가에게 있어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재료를 적절히 활용하여 도면과 최대한 유사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동기들과 상의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생각을 절충하여 최선의 방법을 이끌어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모형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배치도에 드러난 지붕의 디자인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고자 VR을 활용하여 실제 건물에서의 디자인을 참고할 수 있었다. 이렇게 건축물을 정확하게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매체 활용은 결과물의 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공간에 대한 이해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었다.
1:1 작도를 하기 전과 후의 도면에 대한 이해도는 확연히 달랐다. 1:1 작도를 통해 실제로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에서 도면을 두고 어떤 것을 고려해야 하며 정확도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을 이해하는 마지막 과정으로써 실제로 지어진 파빌리온에 서 있다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해왔던 공간적 탐구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또 새로운 질문을 던져보는 계기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