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반 데어 로에의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은 1929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만국박람회를 위한 독일 국가관으로 건축되었다. 건축가 미스 반 데 로에가 설계한 이 파빌리온은 현대 건축의 모범이자 건축계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 걸작이다. 파빌리온의 구성요소는 비싼 재료를 이용하고 있지만 그 형태는 완전히 단순하다. 이 전시관은 8개의 계단 높이에 해당하는 석회화의 기단위에 세워져 있고 이 기단에는 2개의 장방형 연못이 위치해 있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은 1928년 7월부터 1929년 2월동안 설계되었으며, 1929년 5월에 건설되었다가 1930년 1월에 철거되었다. 그 후 1986년에 몇 장 남아있지 않은 도면과 사진들이 참조되어 새로 건설되었다. 이처럼 짧은 기간동안에 임시적으로 건립된 건물을 대상으로 수많은 비평가들과 건축가들이 논의를 거듭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하물며 짧은 존치기간으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건물을 직접 방문하지도 못했으며, 때로는 잘못된 도면과 정보를 갖고서도 논의가 끊이지 않았다는 것은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이 근대건축의 전환점을 기록하는 훌륭한 건축물이기도 하지만, 관점과 접근방법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지속적으로 가능하였기 때문이다1).
처음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의 1/200 도면을 보고 당황스러웠다. 평면도만 봤을 때는 어떤 형태의 건축물일지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도면을 자세히 분석하는 일이 처음이었고 도면의 벽체중 이어지지 않은 부분, 창문, 지붕의 형태가 이해되지 않았다. 건축물의 사진을 봤을 땐, 건물의 느낌보단 하나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더 컸다.
설계실에 와서는 1/200 도면 위에 롤트레이싱지를 깔고 그 위에 도면을 따라 그렸다. 교수님께서 도면 그리는 순서를 알려주셨고 롤트레이싱지 6장을 각각의 단계에 맞게 그리는 작업을 했다. 처음은 축선부터 시작하여 벽체선, 기둥, 입면선, 바닥 줄눈, 가구, 지붕선, 치수, 도면기호 순으로 그렸다. 처음에는 너무 복잡해 보이던 도면이 한 단계씩 뜯어보니 확실히 달라보였다. 특히 각 선마다 그리는 두께를 다르게 하여 구분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는데, 이 점이 후에 1/100 도면을 그릴 때 선 분류에 큰 도움이 되었다.
다음 1/100 도면을 A2 캔트지 위에 그릴 때 처음으로 스케일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였다. 처음에는 스케일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아 조금 방황했다. 하지만 곧 사용 방법을 익히고 스케일이 없으면 안되겠다고 느꼈다. 특히 10cm 정도의 작은 스케일은 바닥 줄눈을 표시하고 그릴 때 특히 도움이 되었다. 미리 롤트레이싱지 위에 6단계로 분류하여 그려본 덕에 도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비교적 수월하게 도면을 그렸다. 1/100 도면을 그리는 중간 도서관에 가서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에 관한 책을 찾아보았다. 다른 친구들이 찾은 책들도 보며 가장 좋았던 점은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의 여러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도면도 책마다 달라 하나의 건축물에서도 여러 가지 도면이 나오는 것이 흥미로웠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구절은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은 그의 새로운 구상을 발전시켜 대담하게 실현한 것으로, 한 덩어리로서의 건축공간 형태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벽, 지붕, 창과 같은 건축공간의 구성요소에서 새로운 성격과 기능을 부여하여 (중략)'2)이다. 이 구절을 읽고 위에서 이해되지 않던 건축물의 형태가 조금은 이해되는 것 같았다. 그 뒤로 도면을 마저 그릴 땐, 초반보다는 더 편안한 마음으로 그렸던 것 같다. 특히 배치도의 도로를 그릴 때가 고난 중 하나였는데, 곡선인 부분을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위 구절이 가장 크게 다가왔던 때는 1/100 도면 그리기를 끝내고 1/100 모형을 만들면서였다. 직접 벽체, 기둥, 가구 등을 세워보니 파빌리온의 디테일한 부분을 알 수 있었다.
1/100 도면을 다 그린 후엔 각 설계실마다 하나씩 1/100 모형을 만들었다. 10명이서 다같이 하는 작업이 처음이라 기대도 많이 했지만 걱정도 됐다. 1/100 모형이면 사이즈가 엄청 큰 편은 아닌데 10명이서 만들어야 하니, 역할 분배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었다. 설계실 동기들과 이야기한 후 외벽체, 내벽체, 문, 창문, 지붕, 가구 등등 여러 가지로 쪼개 각자 하나씩 맡도록 했다. 10명이서 하다 보니 만드는 과정은 크게 어려움 없이 진행됐고 처음 만드는 모형이다 보니 완성된 모형을 보고 매우 뿌듯했다.
1:1 작도를 할 땐, 뭐부터 해야 할지 감이 전혀 잡히지 않아 당황스러웠는데, 다행히 교수님의 지도에 따라 꽤 순탄하게 진행됐다. 다른 사이즈의 도면을 그릴 때와 가장 큰 차이점은 천 위에 테이프로 그리는 것이기 때문에 천을 팽팽하게 떙겨야 한다는 점이다. 그 위에 X, Y 축선을 그리고 그 축선을 기준으로 벽체, 가구, 입면선 등을 그렸다. 큰 사이즈로 작업하다보니 축선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됐다. 도면의 사이즈가 크다 보니 4등분하여 스튜디오별로 하나씩 맡아 그렸다. 하나의 벽체나 가구를 그릴 때 다른 조와 소통하여 같은 기준으로 그려야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바닥 타일을 그릴 때 처음 먹선을 사용해봤는데 생각보다 힘든 작업이었다. 먹을 선에 적절히 묻혀야 한다는 점, 마르기 전에 빨리 튕겨야 한다는 점이 까다로웠다. 바르셀로나 피빌리온의 실제 크기가 매우 커 일부만 잘라 강당에서 1:1로 그렸는데, 이때 처음 VR을 사용해봤다. VR은 1:1 도면을 그릴 부분만 볼 수 있었고 2D로 그리던 도면을 3D로 바꿔 보니 인상적이었다. 도면 그대로 벽이 세워지고 유리창이 설치된 모습을 보니 도면이 더욱 잘 이해되었다.
하나의 도면을 가지고 롤트레이싱지 위에 따라 그리기, 1/100 배치도, 평면도, 단면도 그리기, 1/100 모형 만들기 1:1 도면 그리기, VR로 보니 등 여러 가지 방법들을 통해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을 이해했다. 이제 웬만한 도면을 봐도 당황하지 않고 천천히 분석할 수 있는 힘을 기른 것 같다. 평면도와 단면도를 그려보며 건축물이 어떻게 입체적으로 구성될지 떠올려보는 연습이 되었고 모형을 만들면서 건축물의 전체적인 형태를 알아보며 책에서 봤던 얘기를 다시 떠올려보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 2번째 과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난 후 조금 쉬어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더 얻어가는 것이 많은 과제였던 것 같다. 건축물을 설계할 때 도면이 어떤 역할을 하며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고 평면도와 입면도의 관계에 대해 알게 되었다.
1) 양재혁. (2002). 바로셀로나 파빌리온의 구축적 공간 특성에 관한 연구. 한국실내디자인학회 논문집,(33), 19-26. 2) 모더니즘, 동서양 문화의 하이브리드(Modernism as a hybrid of east and west). 유현준. 2008. 세움. 1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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