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건축물을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는 그 건축물의 구조, 스케일, 설계 방식 등을 알아보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인지 건축물을 표현하는 매체들은 매우 다양하고, 각자의 특징과 장단점이 존재한다. 같은 표현 방식에서조차, 그것을 제작하는 사람에 따라서 매우 다양한 모습들이 나타난다. 나는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경험하면서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은 현대 건축의 거장 중 한 명인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설계하여 1929년 처음으로 완성되었고, 이후 1988년에 재건되어 현재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초기 모습은 나에게 도면으로 주어진 현재의 모습과는 달랐다고 한다. 그 형태를 책에서 찾은 한 도면을 통해 추측해 볼 수 있었다. 이 도면에서는 현재 파빌리온의 모습과 동일한 구조를 찾아볼 수 있지만, 가구들의 위치와 개수는 매우 다르다. 또한, 연못 속에 다양한 기구들이 표현되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연못의 저러한 기구들은 다른 도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오른쪽의 사진은 도면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그러나 건축물을 표현하는 한가지의 매체라고 생각한다면, 어떤 건축물의 의도와 주체적인 요소들은 보여주는 데에는 적합할 것이다.
도면은 실제로 건축물을 보았을 때 느낄 수 있는 개방감과 입체감을 표현하기 힘들다. VR기기, 축소 모형, 내가 직접 그린 도면으로도 개방감은 느끼기 힘들었다. 또한 내가 주목하였던 8개의 기둥도 얼마나 얇은지 알 수 없었다. 개방감은 1:1 도면을 작성하면서 경험하게 되었다. 신기했던 점은 같은 도면의 크기만 커졌을 뿐인데 파빌리온의 스케일과 개방감이 매우 크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입체적이지는 않지만 그때까지 접해왔던 다른 매체들로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을 경험해 왔기에 거대한 평면에서 높이와 개방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기둥의 도면을 그릴 때에 지붕의 크기와 기둥의 두께를 비교하며 기둥이 매우 얇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건축물을 표현하는 매체들은 사소한 요소만 바꾸어도 색다른 느낌을 강하게 줄 수 있다.
미스는 디테일을 중요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접한 매체들에서는 그러한 디테일들을 찾기 힘들었다. 기둥의 제작 방식과 땅에 박혀 있는 정도, 벽면의 제작 방식, 타일의 두께, 유리창의 특징 등을 알기 위해서는 다른 매체들이 필요했다. 1:1 도면도 실시 설계 도면이 아닌 매우 간단한 형식의 그림이었기 때문에 미스의 디테일을 위한 노력을 알기에는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경험을 했음에도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을 완벽하게 알 수 없었다. 이런 부족함이 건축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경험들이 필수적임을 알려준다.
1) Christian Bjone, Almost Nothing, Park Book, 2019, pp.172
2) Detlef Martins, Mies, Phaidon press,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