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의 1 대 100 스케일의 도면과 서울시립대학교 21세기관 강당에서 1 대 1 스케일의 도면을 그려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미스 반 데어 로에의 걸작 중 하나인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그리고 건축에서 건축가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인 도면에 대해 알게 되었다.
미스 반 데어 로에(1886-1969)는 그로피우스, 르 꼬르뷔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함께 근대건축의 거장이자 국제건축과 기능주의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프리드리히가 마천루 계획안>(1921), <바르셀로나 파빌리온>(1929), <판스워스 하우스>(1950), <크라운 홀>(1956), <시그램 빌딩>(1958)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은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건축으로 뽑힌다. 주택을 연상하게 하는 스케일의 건축에서 트라버틴, 녹색Tinos대리석, Onyx, 투명유리, 녹색착색유리, 유백색유리로 구성된 일련의 연결된 공간이 8개의 가는 금속 기둥 위에 얹혀진 장방형 지붕에 의하여 한 면은 실내로 다른 면은 외부공간으로 전개되어 가는 새로운 공간 개념을 제시하였다. 장방형 지붕 아래의 공간에 집중했을 때 큰 유리창들의 투명성으로 인해 파빌리온의 바깥에서 내부 공간을 볼 수 있고 내부 공간에서 파빌리온의 바깥을 볼 수 있어서 파빌리온의 바깥과 내부 공간을 명확히 나누지 않고 연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벽체가 공간을 완전히 폐쇄하고 있지 않다는 점, 그리고 생각보다 파빌리온 건축에 사용된 벽체의 수가 적다는 점 또한 발견했다. 바로 그것이 미스의 의도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을 명확히 분획하거나 규정하지 않고 일련의 이어짐처럼 구현하여 파빌리온이 차지한 공간과 파빌리온의 외부 공간이 하나로 어우러지게 했고, 이러한 공간의 형태의 모호성을 최대한 적은 수의 벽체로 구현함으로써 적은 수의 구조물로 미스 스스로가 가지고 있던 공간의 가치를 표현한 것이다. 이것이 미스의 모더니즘 정신인 “Less is more.”라고 생각했다.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의 구조를 이해한 후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의 1 대 100 스케일 도면과 1 대 1 스케일 도면을 직접 그리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1 대 100 스케일 도면을 손으로 직접 그리기 전 건축 도면 상에서 위계를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 나는 위계란 건축가가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 공간과 형태를 도면 상에서 구분 짓기 위해 시각적으로 강조를 두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실제 건축물이 지어졌을 때 건축가의 의도나 생각이 제대로 반영됐는지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라고 느꼈다. 도면은 건축가가 추상적으로 계획한 공간을 구체화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면 위계는 그 도면 중에서도 공간의 분획과 건축가의 생각이 직관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계를 배우고 실제로 1 대 100 스케일 도면을 그릴 때에는 손에 힘을 달리 주는 방법으로 두께를 통해 위계를 표현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꼈었다. 컴퓨터로 미세하게 표현할 수 없는 구시대에는 도면을 그리는 데에도 시간을 많이 들였을 것 같다.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의 1 대 100 스케일 도면을 그린 뒤 1 대 1 스케일 도면을 그려보았는데, 두 도면을 그리는 활동을 비교하며 스케일이 무엇인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1 대 100 스케일 도면에서 그저 제도판에 수평과 수직을 맞춰 그었던 정사각형의 타일들을 1 대 1 도면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힘을 모아 가로와 세로 방향으로 축선을 그리고 8~9명이 모여서 테이프를 붙여 완성하는 과정에서 손으로 그릴 수 있을 때의 크기와 실제 건축물의 일부로서의 크기의 차이를 아주 크게 느낄 수 있었다. 1 대 100 스케일 때의 도면 상에서 보이지 않았던 타일과 유리창 사이의 간격을 1 대 50 스케일, 1 대 1 스케일로 확장시켰을 때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고, 이 점에서 스케일이 커질수록 공간과 공간을 구성하는 벽체, 유리 등의 배치나 형태에서의 구체성이 더 확실해진다는 것을 느꼈다.
건축은 건축가의 사고와 아이디어 안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사고와 아이디어가 구체성을 가지고 표현이 되어 사람들을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거장인 미스 반 데어 로에만 보아도 그렇다. 물론 미스가 추구하는 가치를 이해하고 있어야 하지만,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의 도면만 봐도 구조물보단 빈 공간이 많다는 것 등이 표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에서 배운 도면의 위계와 스케일이 바로“이해시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도면 안에서 위계라는 질서를 통해 공간이 표현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스케일에 따라 건축물의 전체적인 구성을 이해할 수 있기도 하고 한 부분을 확대해서 건축물의 디테일 등을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도면과 작도에 대한 시각을 기를 수 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건축물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사고가 달라질 것 같다.
출처 : 진경돈, 서양 현대 건축사, 2000, pp.254-268,
설원식, 현대건축의 거장들, 1988, pp.57-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