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못 한 가운데로 사이트를 정했다. 사람이 쉼을 가질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노출과 접근성이라고 생각한다. 쉼을 가지는 이의 공간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얼마나 노출되는가, 쉼을 가지는 이의 공간에 다른 이(그 공간 밖에 있는)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가. 이 두 가지를 고려하니 적당한 장소가 하늘못 한 가운데였다. 연못의 물이 건물과 그 밖을 완전히 분리 시켜줘 쉼을 보장하는 느낌을 줄 수 있었다.
사실 이 건물의 동선과 가장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은 갤러리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건물이 갤러리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내가 의도한 건물의 재미를 전시 작품이 아닌 건물 자체로 느껴줬음 했기 때문이다. 건물에 들어온 사람이 오래 머무르기를 원했고 건물 안에서 많이 이동하기를 원했다. 이때 고민한 것이 과제 1에서 내가 주장했던 낮은 층고의 적당한 불편함이다. 적당한 불편함은 시간이 지나면 익숙함이 되거나 불편함이 점점 커지거나 둘 중 하나다. 제로 혹은 마이너스가 될 바에 그 불편함을 없애는 게 낫다고 생각해 층고를 2250에서 2500 으로 늘렸다. 또 하나의 셀을 지나가며 올라갈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기 원했고 외부에서 건물을 바라볼 때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었다. 셀의 크기를 점점 늘리는 방법으로 해결했다. 1500으로 시작해서 300씩. 가장 큰 크기는 5100이 됐다.
외부에 노출되는 공간을 공간 1,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완전히 실내인 공간을 공간 2라고 부르겠다.
공간 1은 쉼터. 공간 2는 북카페로 프로그램을 정했다.
공간 1은 학교 중앙로 가장자리에 있는 벤치처럼 노출이 큰 공간이기에 자유롭게 앉아서 쉬고 밥도 먹을 수 있도록 의자와 테이블만 배치했다. 입구를 공간 1로 시작되게 바꿈으로써 공간 1에 대한 접근성을 유도함과 동시에 공간 2에 대한 호기심을 유도했다.
공간 1은 딱딱하고 세련된 느낌의 가구들로, 공간 2는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의 가구들로 배치해 공간 1과 2의 대비를 극대화했다.
공간 2에서는 책을 고르는 공간과 고른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두 셀로 나뉘어 교차로 배치되게 했다. 공간 2에서 이동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올라가야 다음 공간에 갈 수 있는 건물에서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고 문을 열어 걸어가면 공간 1과 2를 잇는 매개체인 라운지로 갈 수 있다. 이 라운지를 두 개 만들어 이 건물은 층이 나뉘어졌고 2층 짜리 건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