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를 처음 봤을 때 떠오른 생각은 공터에 쉼터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공터의 가장자리에는 이미 휴식 공간과 벤치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었다. '굳이 쉼터가 있는데 또 마련해 줄 필요가 있나? 걸어다니고 뛰어다닐 수 있는 공터를 이렇게 설계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걸어다니는 공간에 재미를 더해보자!'라고 생각해, 이를 주제로 이번 파빌리온을 구상해 나갔다.
1차 과제에서 제 단위체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각도가 각각 50°, 65°, 80°, 95°로 15°씩 차이가 나는 사각뿔 네개였다. 이 단위체들을 활용한 파빌리온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내가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구도의 대립이었다. 1차 과제와의 공통점은 오직 단위체 하나밖에 없도록 하고 싶었다.
반복과 패턴에서는 작은 단위체들을 규칙적으로 나열한 반면, 파빌리온에서는 큰 단위체들을 무작위로 배치했다.
반복과 패턴에서는 단위체들의 스케일은 같고 각도를 다르게 한 반면, 파빌리온에서는 단위체들의 각도는 같고(65°로 통일) 스케일은 다르게 했다.
또한 일부 면은 막고 일부 면은 뚫음으로써 사람들의 시야와 동선을 의도적으로 제어했다. 사이트를 전체적으로도, 세부적으로도 바라보고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었기 때문에, 공간을 각각 분리함으로써 그 효과가 나타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