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기억해내지 않아도 그리워지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후각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향기가 더해지면서 순간은 일상의 수평적 시간과는 달리 높이와 깊이를 가진 (수직성을 지닌) 시간이 된다. 향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하나의 공감각적 고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나간 일직선의 시간 속에서 한 지점에 일시적 집중이 아닌 지속적 기록, 하지만 되돌릴 때마다 다르게 느끼게 되는 요소. 그러한 고리가 된다.
타 감각들과는 달리 후각의 경우, 시상을 거치지 않고 바로 감성 학습의 핵심 기관인 편도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의식하지 않고도 감성에 영향을 주게 되는 매우 강력하고 직관적인 감각이다. 따라서 후각으로 엮여진 기억은 작은 단서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회상할 수 있으며, 향의 효과는 순간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생각할 시간을 갖기도 전에 감정을 먼저 자극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향을 인지했을 때 특정한 순간에 대한 기억과 감정을 동시에 연상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후각의 기억은 언어의 기억을 넘어서서, 익숙했던 어떤 냄새를 한 번만 맡는 것만으로 그 냄새와 관련된 부분적이 아닌 전체적인 상황 기억들을 입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게 되고, 원래의 경험이 갖고 있는 미묘한 느낌과 분위기까지도 놀라울 정도로 온전하게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structure system & material
STUDY MO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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