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차 과제의 양각과 음각 패턴에서 연장하여, 앉을 수 있는 계단 공간과 그 뒷편의 그늘공간이 동시에 존재하는 파빌리온을 구상하였다. 사이트는 100주년기념 도서관 앞 잔디밭을 선정하였다. 도서관은 지식과 생각의 샘이지만 이 생각들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소통과 공유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침묵을 지켜야 하는 도서관에서는 이것이 어렵기 때문에 도서관의 연장선으로서 소통의 공간을 도서관 앞에 두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양의 공간은 공개적인 소통, 즉 다수의 사람들이 모이거나 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될 수 있는 공간으로, 음의 공간은 비교적 비공개적인 소통, 소수의 회의 혹은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생각의 동굴로 정의하였다. 그렇게 하나의 파빌리온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의 두 얼굴이라는 주제로 과제를 진행했다.
1차 과제에서 단위체가 오직 4.5*4.5, 4.5*2.25의 두 가지의 면으로만 구성되었다는 특징을 토대로 이번 과제의 파빌리온 또한 오로지 900*900, 900*450인 정사각형, 직사각형 두 종류의 모듈만을 이용하여 쉽고 빠르게 지어질 수 있는 파빌리온의 특성을 고려했다. 정사각형인 900*900 모듈을 xyz 세 축으로 결합하여 만든 공간을 중심으로, 900*450 모듈을 집적시켜 올라가는 행위와 동시에 앉아서 쉴 수 있는 계단 공간이 형성된다.
계단 공간의 양각을 만듦과 동시에 반대편에는 필연적으로 음각의 그늘 공간이 만들어지는데, 여기서 두 가지 모듈의 크기 차이로 인해 형성된 450*450의 작은 창은 양의 공간과 음의 공간을 긴밀하게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계단 반대편 음의 공간은 앞 공간의 형태적 특성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최소한의 부분만 남겨 두어 여백을 강조하였다. 앞의 계단공간의 축을 x축과 y축이라 정의하였을 때 음의 공간은 x축과 y축의 음의 방향으로만 파빌리온 지지, 의자 기능의 모듈을 둠으로써 측면에서 보았을 때 양의 공간은 오직 면으로, 음의 공간은 여백과 선으로 이루어지게 되며 서로 대조된다. 이를 통해 파빌리온의 주제인 소통의 두 얼굴이라는 상징적 특성을 강조했다.
이 파빌리온은 위에서 보았을 때 하나의 정사각형 큐브를 1/4로 나눈 형태를 띄는데, 이는 도서관 앞 잔디밭을 1/4로 나눈 면적과 들어맞는다. 이 잔디밭의 네 부분 중 왼쪽 윗 부분에 파빌리온을 두었다. 이를 통해 도서관 외부 공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양의 공간은 잔디밭과, 음의 공간은 잔디밭 외부를 둘러싸는 붉은 벽돌길과 이어지므로 동일한 구조물에서 양쪽이 서로 다른 공간의 연장선이 되게 하였다.
외부 뿐만 아니라 도서관 내부의 측면에서는, 도서관의 사용자가 통유리창을 통해 바깥 공간을 바라보았을 때 면과 선, 양과 음이 대비되는 파빌리온의 측면이 바로 보이게 된다. 이는 파빌리온의 주제와 의도를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냄과 동시에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파빌리온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