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예(陰翳)의 기승전결
반복과 패턴에서 사용했던 중간유닛이다. 이 유닛은 파빌리온에 사용될 때 안정성이 높고 단단해 보이는 인상을 준다. 그리고 안쪽 부분의 주머니와 바깥쪽 부분의 주머니가 있어 이를 방으로 활용할 수 있고 가운데에 있는 큰 천창은 안쪽 주머니에 빛을 전달 할 수 있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반복과 패턴 프로젝트에 사용했던 켄트지의 특성 때문에 기초유닛과 기초유닛 사이의 틈이 생긴다. 그 틈과 천창을 막는다면 중간유닛 안쪽은 완전한 암실이 된다. 이번 파빌리온 프로젝트에서는 이 암실과 틈을 활용하기로 했다.
우선 파빌리온의 평면도, 입면도, 단면도이다. 도면에서와 같이 감상자의 이동경로는 정해져 있다. 입구부터 감상자의 이동경로를 따라 차례로 1번방, 2번방, 3번방, 4번방이라고 칭하겠다. 우선 평면도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으로, 방마다 벽의 두께가 다르다는 것 이다. 2,3번방의 틈에는 감상자의 이동을 막고 파빌리온 외부를 볼 수 없도록 장애물을 설치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공간의 분할을 위해 직유적인 도구인 단차, 벽과 문, 장애물 없이 은유적인 도구를 사용했다. 이 파빌리온에 사용된 은유적인 도구는 벽두께의 차이와 얇은 굴뚝창에서 내려오는 빛이다. 굴뚝창은 가로가 긴 직사각형 모양의 천창에 들어오는 빛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한 도구이다. 굴뚝창을 통해 내려온 빛은 달라진 벽두께와 호응하여 한쪽은 밝고, 다른 한쪽은 어둡게 만들어 감상자는 공간의 분할을 느낄 수 있다.
이 파빌리온에 사용된 유닛은 천창과 틈을 막으면 완전한 암실이 된다. 또 모델에 사용된 갱판지는 콘크리트와 색이 비슷하고 빛을 먹는 성질이 있어 암실을 만들 때 용이하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암실 내부의 면에 작은 창을 통해 들어온 얇은 빛을 쓸어내려 음예만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을 품은 공간을 설계하고자 했다.
특히 3번방에서 보는 4번방의 계단은 어두운 통로와 대비되는 밝은 계단을 감상할 수 있다. 밝은 계단은 큰 천창과 바닥을 밝혀주는 삼각형 문에 의해 만들어진다. 감상자는 이 특별한 음예로 파빌리온만의 세계에 몰입할 수 있다.
감상자는 이 파빌리온에 들어와 차례로 방과 방 사이를 이동하면서 벽두께와 창의 차이로 점점 밝아지고 개방적이게 되는 공간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감상자가 파빌리온에 완전히 몰입하도록 의도적으로 감상자의 외부를 향한 시계를 차단했다. 감상자는 이를 통해 공간의 기승전결을 느낄 수 있고, 결 부분의 4번방에서는 감상자만의 선택을 할 수 있다. 감상자는 가장 밝은 중정으로 가서 파빌리온 세계의 가장 밝은 부분을 즐길 수 있고, 계단위로 올라가 파빌리온의 천창 장치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파빌리온의 세계에서 나갈 수 있는데, 오른쪽 삼각형 문으로 빠르게 나가거나 계단과 계단사이의 긴 복도로 천천히 공간을 감상하면서 나갈 수 있다.
음예(陰翳)의 기승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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