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형태, 규범과 사용자의 상관관계
김정현
다양한 건축물의 도면을 스케치를 해보며 스케치한 건축물 이외의 일상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다른 건축물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일상생활 속에서의 건축물만 생각하더라도 그 형태와 규범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고, 심지어 비슷한 목적으로 설계된 건축물이더라도 형태가 다른 경우도 있었다. 무엇이 이렇게 다양한 형태와 규범을 만들어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며 건축 형태, 규범과 사용자의 상관관계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우선 건축형태는 사용목적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건축설계는 건축주의 요청을 받아 이루어진다. 건축주의 요청을 이행하기 위해 형태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건축의 형태는 사용자의 이동 동선, 시야 방향 등 사용자의 시선이 되어 설계되어야 한다.
그리고 건축형태는 주위환경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주위환경에는 자연, 채광, 통풍, 주변 건물의 높이, 도로 등 외부의 모든 것들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교회를 설계할 때 스테인드글라스를 사용하거나, 빛의 반사를 막기 위해 벽면의 질감을 거칠게 표현하는 등 주위환경과의 조화를 이룰 때 사용자는 더욱더 그 건축물 내부에서 건축물의 용도를 활용 할 수 있다.
또한 건축형태는 문화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문화에는 단순히 음악, 미술 뿐 만 아니라 각 나라마다의 주거방식도 문화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로 집을 생각해 봤을 때, 우리나라의 주거방식에 따른 건축 형태는 많이 변화해 왔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온돌을 사용하는 나라였기 때문에 건축의 형태에 온돌을 포함할 수 있는 방법으로 건축을 해왔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핵가족화가 진행 되면서 집의 수요가 늘어나게 되었다. 그에 따라 제한된 면적 안에서 늘어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 높게 집을 짓는 아파트형 형태가 늘어났으며, 그 형태는 지금도 계속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이렇게 높게 건물이 설계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용자는 층수 별, 채광방향 별로 생활방식을 다르게 하여 사용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건축형태는 건축가의 신념과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얘기를 하기 에 앞서 사용자의 정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용자는 단순히 건물을 이용하고 거주하는 사람에 그치는 것일까?’ 라고 생각해 봤을 때의 대답은 ‘아니다’ 이다. 건물을 감상하는 사람도 사용자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건축물의 형태를 보았을 때 단순히 ‘건물’이라고만 생각이 드는데 그치지 않고 건축가의 의도와 생각이 반영 되어 건축가가 사용자의 시선의 이동과 이동경로를 유도 할 수 있으며, 사용자의 생각이 ‘아름답다’ 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건축형태를 통해서 건축가가 자신의 의도를 사용자들에게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의 각각의 요소들이 모두 어우러져 충족될 때 그 건축의 형태가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건축의 형태와 사용자는 건축가가 사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아닌 건축가와 사용자가 건축의 형태를 통해 쌍방향 의사소통을 하는 관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건축의 규범이 사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 봤을 때 건축물의 규범은 건축가의 의도된 결과 일수도 있고 사용자가 임의로 설정한 규범일 수도 있다.
건축가의 의도로 규범이 설정된 예로는 영화관을 들 수 있다. 영화관은 입구와 출구가 다르다. 이러한 건축설계가 이루어진 배경을 생각해보면 단순히 통로를 두 개로 해서 이동의 편리함만을 목적으로 둔 것은 아니다. 영화관이라는 건물의 특성상 표를 구매하지 않으면 상영관에 들어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입구에는 표를 확인하는 인원을 배치해 입장을 도와주며 특별한 경우를 제외 하고는 입구로 나오는 사람을 볼 수는 없다. 만약 입구로 퇴장을 하거나 출구로 입장을 한다면 건축가가 의도한 규범을 어기게 되는 것이며 관계자에게 제재를 받게 될 것이다.
건물의 규범이 사용자가 임의로 설정한 규범일 때를 생각해보면, 이때의 규범은 사용자들과의 합의에 의해 규범이 설정되거나 용도에 따라 설정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서관에서 떠들거나 취식을 하는 사람은 제재를 받는다. 이러한 규범은 왜 생겨 난 것일까? 도서관이라는 장소의 특성 때문이다. 도서관은 사용자가 조용히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소음이나 기타 불편한 행위로부터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용자들 간의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규범이 존재한다.
이렇듯 건축규범에 있어서 사용자는 스스로 규범을 설정할 수도 있고 정해진 규범에 따라 행동해야하기도 하는 능동적이면서 동시에 수동적 자세에 놓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