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형태와 규범이 사용자에게 미치는 영향> 이현서
건축이란 무엇일까? 건물을 짓는 것. 생물을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것. 틀에 고객의 니즈를 쌓는 것. 문제를 해결하는 것. 편리를 위한 수단. 아름다움을 위한 공간과 자원의 낭비. 건축가의 꿈을 구현하는 것. 예술의 일종, 그리고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 수많은 답이 있을 것이고 그 무엇도 확실한 정답이나 오답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건축물과 인간의 관계는 어떨까? 인간은 건축물을 창조함으로써 공간을 변화시키고, 변화된 공간에 의해 인간 또한 변화한다. 건축물은 인간의 삶의 터전이며, 행동의 규범이고, 건축물의 형태와 설립 목적, 규범에 따라 그 공간 내의 사람의 행동과 태도가 정해진다. 가령 스테인드글라스가 신성한 빛을 뿌리는 르 코르뷔지에의 롱샹교회에 들어간 사람은 보통 절로 경건해지고 조심스러워질 것이다.
일반적인 사무실처럼 딱딱한 공간에 들어선다면 차분해질 것이고, 탁 트인 공간을 가진 건축물은 사람에게 자유로운 감정을 느끼게 할 것이다
아름다운 형태의 건축물과 상호작용하는 사람은 심미적으로 충족될 것이며 그 감정의 변화는 사람의 행동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건축의 형태가 공간을 한정지음으로써 공간에 특성이 부여되고, 주변 공간과 분리되어 독립적인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위의 이 건물에서 기둥은 건물을 지탱하는 동시에 기둥 안과 밖을 분리한다. 공간을 한정하는 건축물이 있기에 사람은 그 안에서 생활하고, 이용하며 편리함을 느끼고, 때로는 그 때문에 불편을 겪기도 한다. 가령 건축물이 없었다면 더 가까웠을 길을 우회해서 다닌다든가, 빌딩 때문에 햇살이 가려 진다든가 말이다
핵심은 인간과 건축물의 형태와 특성, 그리고 규범은 사람과 분리할 수 없는 것이며 서로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인간의 생활은 건축물에 맞춰서 설계되고, 건축물의 형태와 규범은 그것을 이용할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동시에 심미적으로 만족감을 느끼도록 설계된다.
인간이 건축물에서 느끼는 심미적인 만족감에 대해 덧붙이자면, 인간은 이러한 심미적인 만족감을 자연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구조에서 느끼기도, 반대로 불규칙한 구조에서 느끼기도 한다. 또, 규칙적인 건축요소들이 모여 불규칙적인 형태를 만들기도 하고, 아래의 건축물처럼 불규칙한 요소들이 모여 규칙적인 형태를 만들기도 한다.
또 사람들은 익숙함, 그리고 특이함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며, 단조로움과 복잡함에서도 느낀다. 아래 사진의 복잡하게 반복되는 듯한 원형의 구조는 화려하고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처럼 인간은 건축물을 예술의 한 분야로써 대하고 상호작용할 때도 있다. 이를 위해 오직 심미성을 위해 기능은 모두 포기하기도 하는 임시 건물인 파빌리온을 짓기도 하고, 종종 실용적이지는 않은 공간들을 만들어낸다.
이 콘서트 홀의 유려한 곡선과 각도에 따른 다양한 모습, 빛을 은은히 반사시키는 듯한 표면도 아름답지만 음향과 같은 기능적인 측면을 위해 내부 공간은 외부와는 매우 다르고, 그저 아름다움을 위해 저 모양을 만들어내기 귀한 재료와 공간의 손실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낭비이고 비합리적인 행동이지만 인간에게 있어 심미적인 가치는 결코 낮은 것이 아니고, 풍요로운 상황에서 때로는 지배적인 가치가 되기도 하기에 예술작품으로써의 건축물도 인간과의 관계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건물을 디자인하고, 건물은 사람을 디자인한다. 사람의 행동이든, 감정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