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형태와 규범은 사용자의 심리에 영향을 미친다. 건축 형태와 규범은 건물의 용도, 미적 기준, 건축가의 도전 정신 등의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이러한 조건들은 사람의 감각에 의한 심리 변화와 연관되어 있다. 사람들은 평면의 질감, 형상, 방향의 변화, 조망과 같은 요소들을 시각적으로 지각한 후 그들로부터 순수함, 역동성, 생동감과 같은 특성들을 스스로 해석해 내어 받아들인다. 일반적으로 관공서나 학교에서는 획일화된, 정형적인 공간들을 볼 수 있고, 전시장과 쇼핑몰 등에서는 그에 비해 풍부한 곡면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렇게 건물마다 다른 형태와 구조가 나타나게 되는 것은 직선과 곡선, 평면과 곡면, 다양한 입체들의 결합과 통일된 입체들의 집합에서 사람들이 각각 다른 기분을 느끼며, 그러한 다른 형태와 구조를 보고 느끼게 되는 보편적인 감정이 건물의 용도나 설계 의도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과 관련하여, 하나의 건축물을 통해 건축가와 사용자는 다각도에서 그 건축물을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역삼각형 모양의 건축물이 있을 때, 건축가는 여타 건축물들과는 다른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형태의 건물을 설계함으로써 기존의 통념과 기하학적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시도를 통해 하나의 신선한 예술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사용자는 건축물에 들어가기 전 외벽의 재질, 색깔, 건물의 외형을 통해 무게감, 위압감, 불안정함, 새로운 아름다움 등 다양한 추측과 감상을 할 수 있으며, 들어간 후에는 안정성, 건물 내부 공간의 심미적 기능을 체감하며 들어가기 전후의 인식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반대로, 건축 형태와 규범이 사용자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사용자의 심리가 건축 형태와 규범에 미치는 영향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건물을 설계할 때 사용자의 관점과 심리가 핵심적으로 고려되는 부분인 만큼, 사회적 분위기와 지역, 시대별로 변화하는 미적 기준은 공동체마다 다른 건축 규범과 유행을 형성한다. 여러 문화권의 집합 형태인 토속 주거공간들은 각 문화권 내에서는 통일성을 가지게 되나 서로 다른 문화권 사이에서는 비슷한 기후대이더라도 상이한 건축 형태와 규범을 보인다. 한 문화권 내에서도 과거와 현대의 주택 구조는 세대의 교체와 가치 변화에 따라 완전히 뒤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요컨대, 건축 형태와 규범은 사용자와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사용자로 하여금 다양한 시도와 경험을 할 수 있게 한다. 그러한 시도와 경험들은 일상에 사용자들과 건축가 각각이 추구하는 아름다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질서, 종교적 신성함을 부여하며 건축가의 역할이 사회에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