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는 주택을 매우 좋아했다. 새로운 모델 하우스가 생길 때마다 가서 구경하기를 즐겼다. 여러 주택의 구조를 보며 비교하고 나만의 주택을 꿈꾸었다. 밖에서 창문의 개수, 위치 등 주택의 외관을 보고 구조를 예측해보기도 하였다. 주택의 외관보다는 주로 내부에 관심이 많아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저렇게 하면 어떨까하고 건물 구조를 바꾸어보는 상상을 하곤 했다. 어느 날은 제주도 중문의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 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학교 체험학습으로 그저 친구들과 놀 생각에만 빠져있었다. 그러나 컨벤션센터를 본 순간 크게 놀랐다. 타원형의 매스와 원형 매스가 조화를 이루는 화려하고도 웅장한 건물을 보며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주택에만 큰 관심이 있던 나에게 컨벤션센터는 일종의 계몽과도 같았다. 사실 주택을 좋아했던 이유는 욕심에 가까웠다. 더 크고 더 넓고 더 좋은 집. 그저 이렇게 주택에 관심을 가졌었다. 그러나 컨벤션센터를 보며 진정한 건축의 아름다움에 빠질 수 있었다. 주변에 다른 건물들이 없어서 마치 하나의 섬처럼 컨벤션센터가 우뚝 서 있는 것 같았다. 바다를 등지고 푸른 잔디로 둘러싸인 건축물로부터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건물의 내부로 들어가자 외관의 아름다움과는 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확 트인 시야가 마음에 편안함을 가져다주었고 많은 조명은 넓은 내부를 밝게 비추었다.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에스컬레이터와 하중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은 넓은 공간을 부각히여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이후 나는 주택뿐만 아니라 다양한 건축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학교를 비롯한 주변에 있는 건축물들을 좀 더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자 노력했다. 자주 보았던 건축물들도 다른 시선으로 보자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었고 조그마한 디자인조차 눈여겨볼 수 있었다. ‘나는 정말 멋진 집에서 살거야’라는 생각이 ‘나도 저렇게 멋진 건축물을 지을거야’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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