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공간의 공통점
우리가 사용하는 공간 중 모임 공간의 역할과 형태는 그 시대 대중들, 모이는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변해왔고 따라서 그 시대의 시대상과 보편적인 정서를 따라가기 마련이다. 나는 내가 스케치한 광장, 극장, 쇼핑센터 등의 공통점이 ‘모임 공간’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런 공간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고 그 공통점을 중심으로 모임 공간이 어떻게 변화해왔을까 하는 의문도 생겼다.
광장: 시민들의 자유롭고 다양한 목적
광장은 많은 시민에게 열려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 실제로 여러 시민 행동이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과거에도 광장은 다양한 계급의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여겨졌지만 마냥 그렇지만은 않았다.
예를 들어 로마 캄피돌리오 광장은 시민들을 위한 공간을 표방했지만 전 가운데에 로마 황제의 기마상을 놓아 정치적 중심지 및 권력을 홍보하는 역할까지 겸하였다.
현재로 오면서 광장은 더 단순화되고, 수평적 공간을 하고 있다. 스케치하며 그 이유를 짐작해 보았을 때, 광장에 요구되는 기능이 많아졌기 때문에 그 기능을 수용하기 위해 가변적이고 단순한 모습으로 변했으며 광장이 점점 민주정의 상징이 되면서 권력을 홍보하는 역할은 줄어들었을 것으로 짐작했다.
극장과 박물관: 문화와 유흥, 집중을 목적으로
극장과 박물관은 각자의 목적이 있던 앞의 두 공간과 달리, 다양한 사람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집중하는 공간이라는 점이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스케치하며 극장에 있을 땐 공연이라는 한 가지 요소에 집중했고, 박물관에서는 작품이라는 각자의 요소에 각자 집중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그래서 극장은 아래의 로마식 극장처럼 주로 원처럼 관심이 집중될 수 있는 공간 구성을 띠며 박물관은 선처럼 방향이 있는 구성을 띤다고 생각했다.
스토아와 학교, 그리고 시장: 토론과 상업을 목적으로
스토아는 학교 등장 이전 가르침과 토론이 오가던 장소이다. 스토아는 토론과 상업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모이는 사람의 범위가 광장보다 한정적이다. 아테네의 스토아 그림을 보면 스토아는 전방은 열주, 후방은 벽과 방으로 된 선형 공간임을 알 수 있다. 그런 구성 덕분에 길을 가며 자연스럽게 마주친 사람들과 토론을 하고 또 상업 활동도 하는 공간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이후 스케치하고 정보를 찾으며 스토아에서 학문을 주목적으로 발달한 것이 학교이고 상업을 주 목적으로 해서 발달한 곳이 시장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했다.
몰: 자본을 통한 모임 공간의 통합
몰은 앞에서 나왔던 모임 공간들의 기능을 소비라는 요소를 통해 통합해서 한 건물에 위치시킨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임 공간에 방문하는 목적을 한 건물 안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몰은 문화, 생활, 만남 목적의 소비 등 각자의 소비를 가게들처럼 구성하고 그 가게들 사이를 선형으로 연결해서 마치 스토아처럼 걸어 다니며 선택하는 공간 구성을 하고 있다. 몰을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니 극장, 정치적 목적이 빠진 광장, 박물관, 가게를 모아놓은 현대식 스토아라는 인상이 있었다. 중심축이 있고 그곳에서 스토아들이 방사형으로 뻗어나가는 구성을 한 곳이 많았다.
모임 공간의 공통점
모임 공간은 기본적으로 오픈된 대공간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어디까지 열려있는가에 대한 개념은 시대 정서에 따라서 차이가 있었지만, 대개 일상에서는 만나기 힘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었고, 문화적인 교류가 활발히 일어났다.
또한, 집과는 다르게 모임 공간은 사람들이 목적을 가지고 방문하는 공간이었다. 따라서 다양한 사람의 목적을 반영한 가변적인 공간 구성을 띠었으며 현대로 올수록 그 성격이 점점 짙어졌다.
모임 공간의 변화
초기에 모임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한정적이었고 갈수록 다양한 사람들이 모임 공간을 사용하게 되었다.
모임 공간의 가변성은 시대가 흐를수록 두드러졌는데, 많은 인원을 수용하며 공간을 수시로 변형하기 위해 현대로 오며 르코르뷔지에의 도미노 시스템과 비슷한 공간 구성을 취하기도 했다.
현대에 들어 몰이라는 대규모 모임 공간이 생겼고 다양한 모임 공간을 하나로 합쳐놓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만 대중적인 소비를 중심으로 하다 보니 광장의 정치적 기능, 스토아의 교육적 성격, 극장과 박물관의 철학적 성격 등 소비되기 어려운 특징들이 몰이 아닌 다른 공간으로 분리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성격을 강하게 가진 공간은 몰이라는 공간에서 벗어나 개별 공간으로 자리하면서 더 구체적이고 개성 강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참고문헌:
[네이버 지식백과] 캄피돌리오광장, 이탈리아 로마 여행
[네이버 지식백과] 캄피돌리오 광장, 두산백과
[네이버 포스트] 현대 건축의 아버지 ‘르코르뷔지에’, 사이언스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