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건축은 생활의 변화에 따라 다른 목적으로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처음에는 단지 자연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했던 것이, 점차 생활공간으로 변모하기 시작했고, 공동체를 이루고부터는 육체의 보전을 위한 공간만이 아닌 사회적 생활을 하기 위한 다양한 장소를 고안했으며, 나아가 기능의 충족을 넘어 다양한 미적 양식을 구현해왔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쳐,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많은 건축가들은 나름의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해 재료, 장식, 설계, 역학 등 건축의 다양한 요소를 연구해왔다. 특히,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설계를 구현하는 데 있어 제약이 점점 없어지는 현대에는 위 요소들 중에서도 건축구조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건축구조는 건축물의 미와 기능에 동시에 관여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므로 끊임없이 연구되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 에세이에서는 일부 건축 구조가 가지는 효과에 대해 사례를 보며 탐구해 볼 것이다.
건축사에서 고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사용되어 왔던 대표적인 건축구조로 아치(arch)를 들 수 있다. 아치는 쐐기 형태의 돌 등을 이용해 곡선의 형태로 하중을 견디도록 설계된 구조물이다. 아치는 그 곡선 구조에 의해 여러 가지 이점을 지니는데, 가장 먼저 구조의 안정성을 들 수 있다. 물체의 면을 밀어붙이는 힘에 의한 응력을 압축 응력이라 하는데, 아치에 가해지는 하중을 구성물 간 압축응력의 형태로 구조 전체에 전달한다. 즉, 상부의 무게를 좌우로 균등하게 분산시켜 구조 일부에 집중되는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실제로 하중에 대한 안정성이 상당해서, 로마의 수도교는 지은 지 2000년이 넘었음에도 관광객이 그 위를 지나는 것이 허용된다고 한다.
앞서 말했듯이 아치의 가치는 안정성에만 있지 않다. 아치는 특유의 곡선 구조로 인한같은 높이의 벽과 천장이 직교하는 건물에 비해 효율적인 공간 확보가 용이하다는 이점이 있다. 특히 유럽의 많은 성당들은 아치를 3차원으로 확장한 돔 구조를 건물 상부에 자주 썼는데, 아치에 의한 연직 방향으로 긴 높이가 주는 위압감이 종교의 신성한 이미지와 맞물려 시너지를 낸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의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은 지붕에 크기가 다른 돔을 이중으로 쌓아 콘셉트에 들어맞으면서도 인상적이다.
또한, 아치는 종류가 다양함으로 어떤 구조를 선택하냐에 따라 개성적인 기하학적 패턴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점이 있다. 앞서 언급한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의 경우, 건물 내벽이 서로 다른 크기의 아치가 두 개의 층을 이루고 있는데, 구조적인 반복이 만드는 무늬가 성당 내부의 장식과 어우러져 강렬한 인상을 준다. 아치가 만드는 다른 반복 구조로는 근대 건축물의 예시로는 이탈리아 건축계의 거장 피에르 루이지 네르비가 설계한 격납고가 있다. 지붕을 받치는 살이 십자형 아치로 서로 직교하고 있는데, 시야 전체가 아치의 반복적 교차로 채워져 살루테 성당의 아치와는 다른 색다른 인상을 준다.
건축 기술은 근대에 들어서면서 이전보다 다채로운 건물 형태를 실현 가능하게 해 주었다. 그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건물 외벽의 곡면이 등장이다. 근대 이전의 건물에서 볼 수 있는 곡선 또는 곡면은 원형 기둥이나 성당 상단의 돔 또는 아치 정도였던 반면, 근대의 몇몇 건물들의 겉면과 내부에는 다양한 형태의 곡면이 보인다. 1921년에 완공된 아인슈타인 타워가 특히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진다. 외벽의 주 재료가 콘크리트로 되어 있어 건물의 외곽선이 크고 작은 곡선들로 이어져 있는데, 현대의 시각으로 보면 건물이라기보다는 제과점의 디저트 같은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나아가 이 건물은 실제로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연구하기 위해 지어진 건물인데, 천문대로서의 기능을 만족시키기 위해 요구되는 까다로운 구조를 만족하는 데에도 곡면을 구현하는 기술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한다.
현대의 건축은 근대에 시작된 여러 시도들을 확장하고 정립하여 설계에 적용하고 있다. 이런 발전에 힘입어 표현의 범위가 더 확장됨에 따라 현대 건축물의 공간의 연출에 특히 힘을 준 것이 보인다. 미국 위스콘신 주에 설립된 존슨&왁스 빌딩의 내부에서 이러한 성향을 확인할 수 있다. 플라스틱 못의 크기를 확대한 듯한 기둥 여러 개를 천장까지 이어지게 배치하고 천장의 나머지 부분에 조명을 설치해 빛을 내게 해놓았는데, 해당 장소의 아래쪽에서 이 구조를 보는 사람에게 고목이 가득한 숲에서 잎사귀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이외에도 자연의 모습 일부에 모티프를 둔 건축물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는 듯 하다.